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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직장에 만연한 성희롱 불감증

염승은/경제팀 기자

요즘 지인들과 만날 때 나누는 대화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미주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이 사건의 진실을 두고 모두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지만 한가지 빠진 게 있다. 과연 나 자신 나아가 미주 한인사회는 윤씨의 성추행 의혹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부분이다. 한국식 문화로 돌아가는 한인사회 곳곳에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행동들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한 회사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다. 어느 직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고 실제 성추행 소송으로 이어졌다. 새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여직원을 환영하고 친목을 다지는 의미로 부서장이 회식을 열었다. 식사와 함께 술이 돌고 거나하게 취한 부서 전체는 2차로 노래방을 찾았다.

부서장은 젊은 직원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본 남자 직원들이 신입 여직원에게 다가갔다. "부장님 혼자 계시는 데 뭐해? 가서 함께 춤이라도 춰 드려야지." 여직원은 마지못해 부장에게 다가가 춤을 청했고 둘은 남자 직원들이 흐뭇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블루스 춤을 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로 소송장이 날아들었다. 자신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춤을 추게 만들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여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회사는 쉬쉬하며 여직원에 적잖은 돈을 주고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오래 전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잡은 한인 1세들은 특히 성추행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 성추행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과거 한국의 인식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이같은 이민 1세대들의 모습을 본 1.5세 2세들은 그런 행동이 한국 문화에서는 괜찮은 것이라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성추행의 정의는 간단하다. 사전적으로는 '일방적인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하여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물리적 신체 접촉이 없었다고 성적 수치심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가까운 여성 지인은 "직장 생활을 하며 너무 자주 있는 일이고 그런 행동이 성추행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는 게 기가 막히다"며 "비단 술에 취했을 때가 아니더라도 너무 쉽게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일부 남성을 보면 너무 불쾌하다"고 말했다.

술에 취하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직장 내에서 혹은 한인 식당을 다니다 보면 농담 또는 장난이라는 탈을 쓴 성추행을 어렵지 않게 본다. 오가는 웨이트리스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성적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몰지각한 이들 말이다. 한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여성에게 이런 일들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녀는 "술만 팔면 다 술집인 줄 알고 수치스러운 말을 장난처럼 던지지만 서비스업에 있다는 이유로 웃고 넘기는 수밖에는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아무렇지 않게 재미삼아 하는 행동이나 말을 상대 여성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이번 기회에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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