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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일본 우경화와 '살아있는 신'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의 '나쁜 이웃'을 넘어
일본은 과거 피해 국가들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일본 극우파 정치인들이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독도 영유권의 주장과 침략전쟁의 부정을 넘어 이제는 다른 나라까지 끌어들여 자국의 과오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전시 위안부는 일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도 전쟁터의 성문제로 여성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비교하면서 앞으로 계속 참배할 뜻을 밝혔다. 미국민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과 그가 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같다는 궤변이다.

극우파 정치인의 망언이 국제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이를 희석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 망언의 하시모토는 '자신의 진의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비난을 면키는 어렵다.



아베 총리의 억지는 미국 언론에도 보도가 됐다. 알링턴 국립묘지와 야스쿠니 신사는 성격부터가 다르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전몰자를 안장한 국가시설이지만 야스쿠니는 일본정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독립된 종교기관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후 전범재판에서 A급으로 분류된 범죄자들도 합사돼 있다.

알링턴 묘지에 묻힌 군인들은 국민을 위해 전사했지만 야스쿠니 신사의 246만명 혼령들은 침략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싸웠다. 2차 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법에서 규정한 일본통치자가 '천황'이었기 때문에 일왕의 군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 바람과 관련해 일왕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일본도쿄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주권회복의 날' 기념식이 끝난 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일본 우경화의 뿌리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천황제'를 폐지하지 않은 것에서 찾고 있다. 2차대전은 나치의 히틀러와 파시즘의 무솔리니 일본 군국주의가 주축이 돼 일으켰다. 전쟁이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히틀러는 소련군에 포위돼 베를린 총통관저에서 독극물을 마신 후 권총으로 자살했고 무솔리니는 망명정부를 세웠으나 결국 공산당 유격대원에게 붙잡혀 총살당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죽음으로 나치와 파시즘의 맥은 끊겼지만 전후 일본의 재건을 담당한 맥아더는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일본인의 정신적 지주였던 '천황제'를 폐지하지 않았다. 이로써 '천황'은 '살아있는 신'에서 인간으로 격하됐을 뿐 일본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일본의 극우파가 그들의 과거사를 정당화하고 국민적 동의을 얻기 위해 일왕을 이용한다는 비난도 크다. 고바야시 다케시 오키나와대 교수는 '국민통합의 상징'인 일왕을 극우 정치인들이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익 정치인들이 일왕을 동원하는 것은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각한다.

일본은 현재 연합군 점령기에 만들어진 헌법을 수정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을 수정해 진정한 자립을 이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여론의 동조를 얻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작태는 한국의 '나쁜 이웃'을 넘어 이제는 과거 일본에게 피해당했던 국가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일본이 진정한 세계 지도국이 되려면 과거사를 반성하고 선한 마음으로 공영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일본은 '선한 마음'을 갖지 않고는 결코 큰 나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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