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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윤창중의 '사과'는 '사건' 이다

구혜영/사회팀 기자

최근 3주간 가장 유명했던(?) 인물은 누가 뭐래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한국 주류 언론 할 것 없이 1면을 독차지하더니 신곡으로 돌아온 싸이마저 눌렀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국과 연방국무부에 전화를 걸어 '미스터 윤'이라 하면 바로 통할 정도다. 대답은 항상 같다. "윤 전 대변인은 경범 성추행을 저질러 조사중에 있습니다."

한동안 모든 뉴스는 윤 전 대변인에 집중됐다. 들으면 들을수록 알쏭달쏭했던 기자회견을 끝으로 그는 모습을 감췄다. '문화적 차이로 가이드의 허리를 한번 '툭' 쳤을 뿐 성적 의도는 없었다'는 그의 변명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공개한 진술서에서 거짓으로 밝혀졌다.

윤 전 대변인은 자필 서명까지 남기며 "노팬티로 피해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인정했다. 하루도 못 갈 거짓말에 온 나라는 쑥대밭이 됐다. 이후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 직권면직하고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불행히도 스캔들은 아직 진행중이다. 청와대는 "더 이상 추가책임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그 이후 제대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묻지마' 식 통보에 오히려 온갖 어불성설만 난무한다. 피해 인턴이 정치인 현지처란 소문까지 나도는 상황. 일부 한인들은 '쉬쉬 덮어줬어야 할' 윤 전 대변인을 북한 공산당 골수분자들이 괴롭힌다는 궤변을 내뱉고 있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국도 놀라긴 마찬가지다. 폴 멧캘프 공보관은 일부 한국 언론의 과장기사에 대해 "몇몇 신문에서 내가 '중범죄 수준으로 수사하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웃지 못할 상황도 곳곳에서 발생한다. 국가적 품격을 운운하며 '있는 죄 없는 죄'를 죄다 끌어 모은다. 조사중인 사건에 대해 "빨리 잡아가라" 악을 지르고 있다. 경범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변인은 범죄인 인도 요청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찰에 기소되지도 않았고 아직 체포영장도 발부되지 않았다.

일부 변호사들은 "경찰이 경범죄로 수사하는 사건에 대해 강간.중범.체포 등을 물고 늘어지는 게 더 국가망신이 될 수 있다"라며 "모두 분노 때문에 객관성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톡으로 '윤창중 자살'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윤창중이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됐다"라는 장난 문자였다. 순간 언론을 고소하겠다며 도망치듯 회견장을 나섰던 윤 전 대변인의 뒷모습과 8년 전쯤 음주운전 사고를 낸 한 가수가 했던 유명한 명언(?)이 떠올랐다. 당시 그 가수는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이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않았다는 말을 남기고 잠적했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했었다면 청와대가 좀 더 성의있는 태도를 보였다면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간다. 사표든 사퇴든 그건 사과가 아니다. 지난 기자회견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또 다른 '사건'일 뿐이다. 사실을 밝혀야 사건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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