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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국립국어원의 '뜬금없는' 보도자료

안유회 섹션 에디터

리설주를 이설주로 쓴다면
류현진도 '유현진'이 되나
맞춤법엔 일관성이 중요해


지난달 30일 한국의 국립국어원이 뜬금없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최룡해 리설주를 최용해 이설주로 표기할 것을 권장한다."

최룡해는 최근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다. 리설주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아내다.

국립국어원은 보도자료의 권장사항 근거로 "1992년 국어심의회에서 북한의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는 남한의 어문 규범에 따라 표기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고유명사도 우리말의 일부이고 두음법칙을 인정하는 한글맞춤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 보도자료가 '뜬금없는' 첫번째 이유는 고유명사인 사람이름에 맞춤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따지면 LA다저스의 류현진은 유현진이 된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국의 통일부 장관 이름은 류길재다.

게다가 한국의 대법원은 2007년에 성에 두음법칙을 강제하면 인격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 결정으로 유길재 장관은 류길재가 됐고 유현진은 류현진이 됐다.

뜬금없는 두번째 이유는 '권장한다'는 것이다. 맞춤법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권유하는 정도인 것이다. 달리 표기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최룡해와 최용해 리설주와 이설주가 혼용되자 일종의 유권해석을 내린 것인데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국립국어원의 보도자료가 나오자 이름표기를 맞춤법에 맞추라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 통일부는 2012년부터 북한 인명집에 이름을 원래대로 표기하고 있다.

뜬금없는 보도자료를 보면서 이제 한글도 세계어가 되는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은 이미 한반도에 국한된 언어가 아니다. 변방의 언어에서 세계어의 하나로 확산되고 있다. 그에 걸맞는 합리적인 표기법을 갖춰야 한다. 어느날 표기법이 바뀐다거나 두 가지 이상의 표기가 혼용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인종차별 조장을 이유로 물감에 '살색'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한 것도 한글이 세계어로 되는 과정의 하나다. 표기법 때문에 부모나 자신이 지은 이름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일까?

그렇다고 다시 표기법을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 표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어지간하면 바꾸지 말아야 된다. 자유당 때 선거벽보에는 '리승만 대통령 리기붕 부통령'이다가 두음법칙이 적용돼 '이승만 이기붕'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리승만 리기붕'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정비를 할 필요는 있다.

최근 10여년간 한글 맞춤법의 외래어 표기법은 대격변을 겪었다. 현지 발음 원칙 때문이다. 특히 중국어는 표기법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할 만하다. 모택동이 마오쩌둥이 되고 성용이 청룽이 됐다. 사람이름은 1911년 신해혁명 이전의 이름은 한자음으로 그 이후의 현대인은 현지음으로 적도록 바뀌었다.

중국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스웨덴 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은 잉마르 베리만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도 칸느영화제는 미국식 발음인 칸영화제로 현지발음 원칙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베네치아영화제도 여전히 베니스영화제다.

외래어 특히 고유명사를 둘러싼 대격변은 이것으로 족한 것 같다. 더 이상 바뀌지 말아야 한다. 외래어는 일관성만 있으면 된다. 아무리 애써도 원어 발음을 100% 표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표기법이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 이름 표기는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고 예외로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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