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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20] 청춘을 일으켜 세우는 한마디

[LA중앙일보] 발행 2013/06/0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3/06/04 18:26

김완신/논설실장

졸업연설 가슴에 담고 세상을 향해 나가지만 행동으로 보여야 '결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장 실망했던 것 중의 하나는 '교훈'이었다. 추첨으로 운 좋게 입학한 모교는 추첨제 이전에는 한국 최고의 명문고교였다. 말 그대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학교였다. 당연히 교훈은 뭔가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뜻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한자성어로 됐거나 아니면 최소한 어려운 한자 몇 개는 들어갔을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교훈은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였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냈다는 학교에서 3년동안 학생들이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교훈은 극히 평범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유치원 교실에나 적혀 있을 법한 촌스러운 문구 같았다.

전국의 대학이 졸업시즌을 맞고 있다. 매년 대학 졸업식 때가 되면 명사들의 졸업연설이 화제가 된다. 'Commencement Speech'로 불리는 졸업연설은 주로 정치인 유명인사 기업인 등이 초청 받아 학생들에게 미래 비전이나 인생 지침 등을 들려준다. 졸업연설에는 각 분야에서 많은 인사들이 초청 받지만 단연 화제의 중심은 대통령의 연설이다. 특히 졸업연설은 다른 연설과 달리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와 삶의 철학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여서 관심이 높다. 실제로 1963년 6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아메리칸 대학 학위수여식에서 했던 졸업연설은 주제가 '평화'이기는 했지만 지금도 취임연설에 버금가는 명연설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모어하우스 칼리지에서 졸업연설을 했다. 1867년에 개교한 모어하우스 칼리지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졸업한 흑인계 명문대학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제 흑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더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며 "졸업생들은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열망을 항상 간직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명사들의 졸업연설은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이 평생 기억해야 할 많은 경구를 남겼다. 2005년 스탠포드대학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조금의 시간도 허비하지 않은 최선의 삶을 당부했다. 2008년 오프라 윈프리는 돈이 인생의 성공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뜻깊은 일을 하는 것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대학 졸업연설에 초청을 받았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자 조앤 K. 롤링은 가난과 실패의 연속이었던 지난 날을 돌아보며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진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또 지난 3일 프린스턴대에 참석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의 '경제대통령'에게서 어떤 말이 나올 것인가를 기대하는 졸업생들에게 '부모에게 종종 전화해라 너희들도 언젠가 자식 전화를 기다릴 날이 온다 그리고 누가 등록금을 주었는지 기억하라'고 했다.

졸업식 초청연사가 학생들에게 주는 말은 인생의 지평을 열어 줄 철학에서 일상을 바르게 살기위한 소소한 지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은 이제 각자의 좌우명을 가슴에 품고 세상으로 향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구가 아니라 실천이다.

쉬울 것 같았던 모교의 세 가지 교훈을 실천하기가 그토록 어렵다는 것과 평범했던 문구에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지혜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를 철저히 실천하며 살았다면 지금보다는 분명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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