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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야기'가 있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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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3/06/0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3/06/07 18:05

이성연/특집팀 기자

얼마 전 깡통 밴을 근사한 캠핑카로 고쳐 여행을 떠나는 '맥가이버' 한인 부부를 만났다. 30여 년간 수도, 배수관 등을 고치는 컨트랙터로 일하다 은퇴한 남편은 남들과는 다른 캠핑카를 만들고 싶어 차 속 테이블부터 간이 부엌, 침실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서 구입한 솔라 패널을 장착해 배터리가 필요없는 태양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제작했다.

이들 부부의 여행 역사는 수십년 전부터 시작됐다. 최근에는 두 달간 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다녀왔다. 거친 재료를 매만진 그의 손끝에는 꿈이 있다. 그의 부인과 함께 더 넓게, 더 많이 미국을 누비고 싶다. 그들은 여행이 주는 낯설음이 너무 좋다. 아직도 만나보지 못한 아름답고 기가 막힌 곳과의 만남에 여전히 흥분된다.

신문에 그들의 스토리가 소개되자 반응이 뜨거웠다.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이들은 대부분 중년 남성들이다. 다들 캠핑카 개조에 관심이 많았다.

'맥가이버' 아저씨의 캠핑카를 직접 보고 자문을 구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늘 머릿속에서만 꿈꾸던 일들이 현실로 된 이야기에 열광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일상에서 이들을 깨우고 도전하게 하는 희망의 빛이었다. 은퇴 후 부인과 함께 자동차에 몸을 싣고 빠듯한 계획 없이 산이며 바다며 구경하며 떠나고픈 그들의 꿈을 흔들어 깨운 것이다.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은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랑, 또 하나는 여행이다. '은퇴하면 늙는다'란 말이 무색할 만큼 일터를 떠난 후 더욱 왕성한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자투리 시간을 즐기며 잘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젊음을 지키는 신비로움 그 자체일 것이다.

그 신비로움을 맛보는 이들이 이제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떠난다. 과거에는 여행 상품을 검색하며 내 편한 시간에 맞춰 입맛대로 골라 떠나는 여행이 대세였다. 짧은 시간 내 타이트하게 잘 짜인 패키지나 여행 가이드 인솔에 따르는 여행이 주였다. 하지만 스토리를 찾아 떠나는 이들은 다르다. 일상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한정된 공간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과 세상을 맛본다.

커다란 지도를 벗 삼아 몇달 간 집 떠나 구석구석 발로 찾아다니며 떠나는 여행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대륙횡단 여행자들 때문에 놀란다.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반년까지. 길게 떠난다고 많은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자동차 한 대만 있으면 된다. 지도 한장 펼쳐놓고 서부에서 동부까지 구석구석 한바퀴를 돈다. 여행은 셀렘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은 여행이 주는 참맛이다. 이들은 또 다음 여행지를 찾아 공부하며 여행이 주는 기대감에 설렐 것이다.

어떤 형태의 여행이건 의미가 있다. 화려하고 럭셔리한 여행이든지, 자연과 함께 풍찬노숙을 하는 여행이든지 여행은 우리에게 깊은 추억을 남긴다. 여행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새로운 힘을 얻고 새로운 꿈을 아로새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인 커뮤니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한국에서 한창 유행한 멋진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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