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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지지 달랐다고 '편가르기' 안돼

김동필/취재 에디터

"욕 먹어도 할 수 없지." 공화당원인 한인 사업가 한 분은 민주당 소속 한인 선거 출마자 후원 모임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낸다.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한인을 밀어줘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이로 인해 가끔 공화당 관계자들로부터 언짢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린다. 그에게는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이 당적에 우선하는 셈이다. 물론 무턱대고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전제에서다.

한인 정치인 배출은 한인사회의 지속적인 명제다. 그래서 한인 후보의 등장은 로컬 선거든 주 또는 연방선거든 출발부터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당락 여부를 떠나 일단 지원부터 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그만큼 한인 정치인 탄생에 대한 바람이 크다는 반증이다.

지난 5월 치러진 LA시 선거도 이런 분위기였다. 비록 아쉽게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13지구 시의원에 도전했던 존 최 후보에 대한 한인사회의 지지는 전폭적이었다. 평소의 정치성향이나 친분관계를 떠나 기금을 모아주고 시간을 쪼개 캠페인에 동참했다. '최초의 한인 LA시의원 한 번 만들어보자'는 공통된 목표가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었던 것이다.

사실 LA시의원이라는 자리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게는 오르기 힘든 고지다. 100년이 넘는 시의회 역사에서 아시아계 시의원은 딱 1명뿐이었다. 지난 1985년부터 1993년까지 시의원을 역임한 중국계 마이클 우 전 의원이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우 전 의원의 지역구도 존 최가 도전했던 13지구였다. LA시의 아시아계 인구 규모나 경제적 역량 등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숫자다. 연방의원을 배출했던 한인사회나 연방의원에 연방정부 장관까지 만들었던 중국 커뮤니티나 오르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선거구 문제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LA시의원이라는 자리는 모든 커뮤니티가 탐을 낼만큼 권한과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존 최 후보의 선전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뚜렷한 기반도 없는 곳에서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음에도 10여년간 지역기반을 닦아온 당선자와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한인 LA시의원'이 가시권에 들어온 느낌이다.

하지만 5월 선거가 꼭 희망적인 메시지만 남긴 것은 아니다. 시장 후보 지지 과정에서의 앙금 때문이다. '존 최를 시의원으로'에는 모두가 한목소리였지만 '시장은?'에서는 목소리가 갈렸다. 승리한 에릭 가세티 당선자 지지그룹과 패배한 웬디 그루엘 후보 지지그룹이 확연이 구분됐다.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 한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어 벌어진 일이다. 이번 선거가 투표율 20% 안팎의 맥빠진 분위기였지만 한인사회는 나름대로 뜨거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은 유력 정치인들과의 유대관계는 그동안 '정치력 신장'을 외치며 했던 노력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과열에 따른 후유증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서로 반대편 진영에 있었다고 해서 반목하거나 대결 의식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만약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지지캠프에 참여했던 것은 개인의 이해득실을 '커뮤니티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했던 것밖에 안 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커뮤니티 이익을 위한 일에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선거는 수단이지 결코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정치 프로들은 말한다. 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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