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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식의 레포테인먼트] 류현진과 박찬호의 스타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12년전까지 LA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박찬호(39)가 당시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불교신자인 그는 심오한 불경을 자주 인용했다. 빨간색 실밥이 108개인 야구공을 매만지며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백팔번뇌'를 되새기며 볼을 던졌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글을 선호한 것과는 달리 행동은 가끔씩 눈에 튀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때는 라커룸에서 고개를 푹 숙인채 무성의한 인터뷰를 했다. 덕아웃에서 촬영중인 아버지뻘 되는 사진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동작을 보이기도 했다. LA공항에 도착한뒤 출구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자 부인이 보는 앞에서 "당신, 파파라치냐"고 소리 친 일도 있다.



지난해 그와 한화 이글스에서 함께 뛰고 LA 다저스에 입단한 후배 류현진(26)은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다. 말주변이 남달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러 멋진 언사를 구사하려고 특별히 노력하진 않는다. 그저 소박하고 진솔하게 말한다. 경기중 기분 나쁜 장면이 나와도 표정에 드러내지 않는다. 또 동료ㆍ심판 등 남을 배려하는 얘기를 자주 한다.

메이저리그의 어떤 한인 선수는 과거에 "기자들은 내가 잘할때는 벌떼처럼 몰려들면서 부진할땐 얼굴도 안 비치기 때문에 치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본질을 한참 오해한 것이다. 매스컴은 그가 어려울때도 옆에서 다독여줘야 하는 '가족'이 아니다. 독자가 선호하는 기사를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시간을 쪼개서 현장을 뛰는 사람들이다. 그의 불만이 맞다면 '더 이상 필요없다'며 가차없이 트레이드 시켜버린 그의 친정팀 이야말로 치사하고, 인간미 없고 잔인한 것이 아닐까.

프로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팬과 독자를 위해 소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아마추어 같은 행동이다. 또 매사를 꼭꼭 숨기면 추측기사가 남발되며 결국 본인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빅리그 데뷔 첫해의 신인선수 류현진이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길 희망해 본다.

b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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