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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

김완신/논설실장

'희망 전도사' 닉 부이치치가 지난 7일 서울에서 저서 ‘닉 부이치치의 플라잉’ 한국어판 출판행사를 가졌다. 호주 출신의 부이치치는 팔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장애를 극복한 감동의 스토리를 전세계에 전하고 있다. 한인커뮤니티도 방문한 적도 있는 그는 강연 때마다 항상 '살아있음에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부이치치는 출판기념회의 한 인터뷰에서 ‘당신의 희망 메시지가 가장 필요한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한국’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의식한 말이다.

2011년 기준, 한국은 인구 10명당 자살자 수 31.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다. 8년째 1위 기록이며 OECD회원국 평균 12.5명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실제로 한국의 사망원인 중 4위가 자살이다. 미국은 자살자 수가 17명 안팎을 기록해 OECD국가 중 14위다.

현재 한국에서는 자살을 막기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차원의 ‘심리적 부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심리적 부검은 신체적 부검에 대비되는 용어로 전문 검사관이 자살자의 가족이나 친지 등을 면접하고 자살자의 개인기록과 병원기록, 검시관 의견 등을 종합해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수집한 자살자들의 기록은 유형별로 분류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져 자살예방대책 수립에 사용된다.



심리적 부검제를 실시해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는 핀란드다. 80년대 핀란드는 유럽 최고의 자살률을 보였지만 대규모 심리적 부검제 실시로 자살을 반으로 낮췄다. 미국도 군과 교도소 등에서 발생한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진행해 1990년 10만명당 19명의 자살률을 10년 후에는 14명으로 줄였다.

심리적 부검은 자살학(Suicidology)과 사망학(Thanatology)의 기초를 세운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는 LA자살연구센터의 창립자로 자살자들의 동기를 연구하면서 심리적 부검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은 산업화 사회로 발전하면서 자살자가 급증했다. 자살자의 분포도 남녀노소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는다. 정치인, 연예인 등 사회 저명인사의 자살로부터 학생, 근로자, 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사회복지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평균의 4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

자살을 보는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연민과 비난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 대한 연민과 무책임하고 도피적인 선택에 대한 비난이 교차한다. 슈나이드먼 박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자살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즉 선택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찾아보다가 결국 자살을 해결책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을 도덕적, 철학적, 종교적 기준으로 단순하게 선과 악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자살에 대해 동정 또는 힐난하는 것의 기준은 주관적 영역이지만 자살률이 높은 것은 명백히 시정돼야 할 사회문제다. 특히 자살의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다면 정책적·제도적 차원에서 이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자살이 자살을 하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지만 공동체에 대해서는 부당한 행위가 된다.

자살률 1위의 한국,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이치치의 위로가 가장 필요한 불행한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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