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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영화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가

[LA중앙일보] 발행 2013/06/17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3/06/16 15:57

안유회 / 특집 에디터

'영화 산업 모델이 붕괴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커스가 11일 USC 영화예술대학 건물 완공식에서 던진 경고다.

영화 산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말은 요즘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이 스필버그와 루커스라면 그 무게감은 전혀 달라진다. 두 사람은 현재의 영화 산업 수익 구조의 틀을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의 출발선이다. 스필버그의 1975년작 '조스'는 최단 기간에 북미 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며 블록버스터 개념을 할리우드에 끌어들였다. 원래 블록버스터는 2차 대전때 일정 구역을 초토화 시키는 대형폭탄을 의미했는데 그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하나는 거대하고 집중적인 마케팅 다른 하나는 가능한 영화 상영 스크린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 둘을 결합해 개봉관수를 최대한 늘려놓고 관객들을 극장으로 몰아넣어 최단 기간에 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는 것이 블록버스터 영화다. '흥행 1억 달러'가 아직까지도 대박영화의 기준인 걸 보면 스필버그는 '영화 산업 모델 붕괴'를 얘기할 자격이 충분하다.

루커스는 '스타 워즈'로 영화 산업 수익 구조를 영원히 바꿨다. '조스'가 대규모 흥행 방식을 만들었다면 '스타 워즈'는 파생 상품이 영화 흥행을 능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타 워즈'가 개봉된 게 1977년이지만 지금도 장난감 판매점에 가면 광선검과 데스 베이더의 가면 X-윙 레고가 팔리고 있다. 어느 섹션은 거의 '스타 워즈' 파생 상품으로 꽉 차 있다.

197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블록버스터와 파생 상품이라는 수익 공식은 효력을 상실했다. 두 사람은 "영화관이 줄었는데 제작사들은 대형 블록버스터에만 열을 올린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전통적인 영화 산업 모델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록버스터의 창시자가 블록버스터를 잊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월은 그만큼 변했다. 두 사람은 나아가 "영화 제작사는 재미있고 유익한 영화를 등한시하고 한 편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며 "영화 산업이 결국 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새 시대는 새 영화에 담으란 얘기다.

예술 장르의 막내로 태어난 영화는 문학을 제치고 시대의 담론을 이끌었다. '매트릭스'까지도 그랬다. '매트릭스'를 놓고 시대를 보는 철학적 시각이 쏟아졌고 세미나까지 열렸다. 하지만 문학의 시대가 저문 것처럼 영화의 시대도 저물고 있는 듯하다. 10여 년 전부터 영화는 감상의 대상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영화에서 시대와 역사를 읽고 생각을 시작하는 '영화의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런 작품이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동차가 그런 것처럼 영화도 전자제품으로 변하고 있다. 작품보다 제품에 더 가까운 영화는 모델 회전율이 빨라졌다. 끊임없이 만들고 빨리 소비한다. 전자제품의 특징이다.

한때 할리우드에서는 영화를 대체할 미래의 엔터테인먼트로 게임이 떠오른 적이 있다. 게임 산업의 총수입이 영화 산업을 능가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다. 이번에 두 사람은 공연예술을 들고 나왔다. 루커스는 작품 수가 줄어드는 대신 상영기간이 길어지고 작품마다 표값이 다른 브로드웨이 방식을 영화의 미래로 언급했다.

문학이 없어지지 않은 것처럼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힘이 없어져도 산업이 침체해도 영화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영화도 다른 예술장르처럼 인터넷 앞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존을 걱정할 정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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