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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미국 시민을 만드는 '서류'

김완신/논설실장

최근 미국 최대의 통신사 AP가 기사에서 '불법체류 이민자'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합법체류를 위한) 서류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의 'Undocumented'를 사용하기로 했다. '불법체류자'에서 '서류미비자'로 바뀐 것이다. AP의 용어선택은 다른 언론기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서류미비자로 쓰는 매체가 늘어날 전망이다.

'불체자'라는 용어는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없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느낌을 준다. 이 용어가 '순화'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 이후 달라진 친이민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상원에서 논의 중인 포괄적이민개혁안의 통과 전망이 높다. 상원 이민개혁법안을 주도했던 '8인 의원들'은 여유있게 통과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도 16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거의 완성됐다"며 "일부 조항만 수정되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60표 이상이 필요한 데 70이 넘는 지지표를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민개혁은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오바마 당선 후 여러 차례 이민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반이민성향의 공화당이 제동을 걸어 법안추진의 동력을 얻지 못했다.



현재 워싱턴 정가는 이민개혁이 성사될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한다. 2012년 대선에서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소수계 표심의 이탈로 패배를 경험한 공화당이 더 이상 이민개혁에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는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도 이민개혁안 통과에 힘을 실어 주었다. 부시 전 주지사는 "미국 경제에서 이민자들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이민개혁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는 고등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멕시코에서 생활한 덕분에 스패니시 구사가 완벽하다. 부인도 멕시코 출신 여성이다. 이 같은 인연으로 1998년 히스패닉계의 압도적 지지로 플로리다 주지사에 당선됐고 2002년 재선에 성공해 최초의 공화당 연임 주지사의 기록을 남겼다. 젭 부시도 2016년 대선출마를 생각한다면 이번 개혁안에 확실한 의사표시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포괄적이민개혁안의 요지는 서류미비자들에게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법적 자격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서류미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생존과 인권에 관련된 문제다. 지난 15일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조치(DACA)가 1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국에 와 불체자가 된 청소년들이 많다. 또한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넘을 수 없는 국경의 벽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사람들도 있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는 지난 2011년 스스로 불체자임을 밝혔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신분문제로 취업이 좌절되자 오리건주에서 불법으로 면허증을 발급받아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했었다. 그는 "정당한 서류가 없을 뿐이지 나는 미국시민이다"라고 말한다. 미국인의 자격은 서류의 유무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민개혁안은 불체자들에게 합법적인 '서류'를 마련해 주자는 것이지만 그들이 받는 것은 몇 장의 종이가 아니라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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