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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 보다 '남'에 맞춰사는 한국

문 레니/연세대 국제학부 교수

얼마 전 UCLA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내 또래의 배경이 비슷한 한인 2세 대학원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내가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가는지 궁금해 했다. 자신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생활을 행복하게 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한국 대학에서 5년째 재직하는 동안 한국 문화 속에 담겨져 있는 어떤 기준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 한국은 사회적 기준이 많다. 미국에서 살 때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나 개인의 생각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요구받다 보니 내가 원치 않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효녀, 자랑스러운 손녀, 나이가 차면 가정을 꾸려야 하는 것,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직장, 정이 많은 직장동료. 이런 사회적 기대감들이 슬그머니 나의 삶을 변화 시키게 되고 남이 정해놓은 기준을 위해서 나도 모르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외할아버지께서 교회에 나오라고 여러 번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동안 신앙이나 종교생활은 철저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교회에 간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럽고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도 어른에 대한 의무일 수도 있고 좋은 손녀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외할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몇 번 교회에 참석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한국사회의 기준에 맞춰서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잘 모르는 교직원 결혼식에 동료교수들이 같이 가자는 것이다. 참석하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결혼식에 간다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다.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어야 할 결혼식도 아닌데 가는 것은 나로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내가 그 동안 너무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개인주의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적인 행동이나 말 때문에 한국 문화에 젖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나'라는 사람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고 때로는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직도 한국의 정 문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런데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주다 보니 빨리 친해지기도 하고 좋은 관계를 맺게된 경우도 있었다. 나로선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

요즘 한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하는 한인 2세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 또한 나처럼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여러가지 사회적 기준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보다는 문화적 다양성과 풍부함을 체험할 기회로 삼겠다는 열린 자세로 임한다면 알찬 한국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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