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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어퍼머티브 액션의 딜레마

이종호/편집팀장

한 지인으로부터 아이가 올해 가주 최고 명문 주립대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축하인사를 건넸다. 돌아온 반응이 뜻밖이었다.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부는 난다 긴다했고 과외 활동도 특별했던 아이였다. 아이비리그 어디든 골라가겠거니 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완전 다른 결과에 아이도 부모도 무척 속상해 했다는 얘기였다.

똑똑한 아시안끼리 경쟁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며 지인은 미국 대학의 선발 방식을 성토했다.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역차별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대학 입시와 취업·승진 등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이 어퍼머티브 액션이다. 1961년 도입됐다. 사회적 다양성과 평등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수계에 대한 어느 정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배경이었다. 결과적으로 명문대학 입시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미국 유명 사립대학의 학생 선발 기준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엿장수 맘대로'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들이 100년 넘도록 지켜오는 원칙은 하나 있다. 장차 학교의 명성을 더해줄 다방면의 재주를 가진 학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대학재정에 보탬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동문 자녀, 거액 기부자 자녀, 뛰어난 운동선수, 정치 문화 권력과 연관된 학생을 우선적으로 뽑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전통은 저소득층이나 이민자 자녀가 엘리트 그룹에 진입하는데 커다란 벽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은 그나마 소수계를 위한 최소한의 상류사회 진입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 따라 상황도 달라졌다. 백인들로부터, 또 일부 소수계로부터 역차별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노스웨스턴대학 캐롤라인 첸 교수는 최근 LA타임스 칼럼에서 대학 입시에서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어퍼머티브 액션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아시안 학생 수는 거의 두 배가 늘어났음에도 아이비리그의 아시안 학생 비율은 계속 15~18%에 머물러 있다며 이 제도의 맹점을 지적한다. 아시안 학생이 명문 사립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백인 학생보다 SAT점수를 140점이나 더 받아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예로 들었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돼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정의롭다. 능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채용이나 입학을 결정하는 것은 공정경쟁을 해칠 뿐 아니라 인간의 평등성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이미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몇몇 주가 이에 동조해 이 정책을 포기했다.

한인들의 입장은 이율배반적이다.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고 믿으면서도 막상 우리 자녀에게 적용될 땐 자유경쟁과 평등성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둔갑하기 때문이다.한인커뮤니티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어퍼머티브 액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연방대법원 판결이 어정쩡하게 나왔다. 2008년 텍사스대학 입시에 실패한 한 여학생이 이 정책이 헌법의 평등성을 위배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어제 7대 1의 의견으로 하급법원에 재심을 명령한 것이다. (1, 2심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판결 결과에 따라 대학입시뿐 아니라 미국의 소수계 정책 방향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현안이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직접적인 결정을 유보함으로써 어느 일방으로부터의 비난을 비켜갔다.

연방대법원은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2003년에 이미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언젠가는 없어질 제도'라는 단서를 달고서였다. 이번이 바로 그 '언젠가'일 걸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좀 더 그 '언젠가'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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