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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성결혼은 '다름'의 문제

이재희/사회팀 기자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다. 참 많은 생각과 가치도 있다. 많은 만큼 다양하다. 많은 만큼 나와는 다른 사람이 많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

여러 인종, 많은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그 다양성이 더욱 강조된다. 특히 소수계인 한인 입장에서는 사회·제도적으로 다양성을 인정받길 원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26일 연방 대법원이 동성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동성 결혼도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그리고 찬반 논란이 격렬하다.

나는 평소, 동성애자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소수계 이민자로 살면서 한인 정치력 신장과 이민자 권익을 외치는 이유는 한인도, 이민자도 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미국사회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도 성적 소수계라는 점에서 연장 선상에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성적 소수인 동성애자 스스로가 느끼는 아픔이 크고 짊어진 짐이 무거울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사회적·제도적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실례라고 생각했다.

또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사람들 말 중 성적으로 소수이고 성적으로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입고, 내가 그들에게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하지만 머리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으로는 아직 준비를 하지 못했나보다. 동성애자도 사람이고, 그들의 인권도 중요하고 그래서 그들도 결혼해 가정을 꾸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아예 법이 정해버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혼란스럽다. 시대가 바뀌면서 핵가족화되고 결혼과 혈연로 맺어지는(사전적으로는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가족의 개념이 입양 등 인연으로도 맺어지면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성 간에도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도 많고 아이를 입양해서 가정을 꾸리는 부부도 많다. 동성 커플도 아이를 입양하면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혼란스러운 건 여전하다. 지금까지는 당연한 것들이 모두가 뒤죽박죽 된다. 부모들은 먼저, 아이들을 걱정한다. 내 엄마는 여자이고 내 아빠는 남자인데 내 친구 엄마는 남자이고 내 친구 아빠는 여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성 간의 결혼이 허용되면 실제 이런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부모들은 또 여자 며느리, 남자 사위를 보고 싶다고 한다.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가족의 정의가 바뀌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개인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판결에 대한 옳고 그름, 찬성과 반대와는 별개로 동성애라는 성적 다양성과 나와 다른 성적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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