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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플라스틱백과 장수거북이

김완신/논설실장

멸종위기에 처한 장수거북의 주요 먹이는 해파리다. 멸종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장수거북이 플라스틱백(비닐백)을 해파리로 오인해 먹기 때문이다. 죽은 장수거북 30~50%의 내장에서 플라스틱백 또는 셀로판 성분이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남획이나 어망에 걸려 죽는 숫자보다 많다. 장수거북은 1980년대 '멸종위기(Endangered)' 등급에 속했다가 2000년부터 '심각한 멸종위기(CR:Critically Endangered)'로 분류됐다. 심각한 멸종위기에서 상황이 더 악화되면 '야생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Extinct in the Wild)'가 된다.

지난달 18일 LA시의회는 플라스틱백 사용금지 조례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연매출 200만 달러의 대형 업소들은 내년 1월부터 플라스틱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리커스토어와 스몰마켓은 내년 7월부터 법이 적용된다. 매상 하락을 우려한 업소들이 반발했지만 플라스틱백 사용을 줄이자는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LA시에서는 매년 20억개의 플라스틱백이 사용 후 버려진다. 플라스틱은 토지와 해양을 오염시킨다. 장수거북의 예처럼 동물 생태계도 위협한다. 동물뿐 아니라 연간 25명의 아이들도 플라스틱백에 질식해 사망한다. 이중 99.2%가 한살 미만의 유아다.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다. 주변의 물건들에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은 것이 없다. 시계, 컴퓨터, 전화기, 크레딧 카드, 자동차, 식기, 사무용품 등 일부 또는 전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환경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저서 '플라스틱(Plastic)'에서 '플라스틱과의 불편한 동거'를 말한다. 플라스틱이 처음 발명됐을 때만 해도 축복이었다. 값비싼 철제품이나 상아나 자개 등을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었다. 프라인켈은 플라스틱이 소비의 대중화에 공헌했다고 설명한다. 고가의 상아로 머리빗과 당구공이 만들어졌던 19세기 말, 머리장식과 당구게임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제품들이 플라스틱을 원료로 대량생산되면서 대중들에게 확산될 수 있었다. 플라스틱 사용으로 상아소비가 적어져 코끼리 포획도 줄어 들었다.

인류가 발명한 물질 중에서 플라스틱처럼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든 것도 없다. 코끼리도 살렸다. 그런 플라스틱이 이제는 장수거북을 죽이는 시대가 됐다. 축복이 재앙으로 바뀐 것이다.

플라스틱이 환경과 생태계에 재앙이 된 것은 썩지 않기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 100년에서 1000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문제는 환경파괴의 근본원인이 대량소비에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어 10년간 소비한 플라스틱은 지난 세기 100년동안 사용한 것보다 많다. 소비는 매년 늘어나고 사용한 만큼 재활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플라스틱에 의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끝없이 소비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환경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부패기술 보다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플라스틱의 재앙을 축복으로 되돌리려면 소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플라스틱은 대량소비시대를 열며 생활의 풍요와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환경과 생태계 파괴라는 유해를 남겼다. 환경오염의 '유해'를 막으려면 소비의 '편리'를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은 수전 프라인켈의 말처럼 낭비하기에는 너무 가치 있는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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