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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전몰 용사와 함께하는 평화

모니카 류/암방사선과 전문의

미국의 메모리얼데이, 한국의 현충일, 6·25사변일도 지났고 얼마전에는 게티즈버그 전쟁기념 150년 되는 날도 있었다. 엊그제 태어나 처음으로 LA국립묘지에 갔었다.

작년 이맘 때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큰 오빠와 오빠처럼 젊은 나이에 전쟁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을 한국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의 내용 중의 일부는 친정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 이민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큰 오빠의 빈 무덤 이야기였다. 비록 이름만이 오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곳은 나에게 국가라는 공동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생명의 고귀함을 되새겨 주는 곳이었다.

그 글을 친구 경희가 읽었다. 경희는 소아 정신과 전문의사로 나와의 인연은 길다. 중학교 1학년 때 만난 우리들은 고등학교, 의과대학을 거쳐 인턴 생활까지 같은 곳에서 했다. 경희의 부군 이 박사님은 또 다른 동창의 오빠이자, 내 남편의 의과대학 선배이다. 민족주의자이신 이 박사님은 현충원에 자주 가신다고 한다. 가게 되면 오빠의 무덤을 찾아 보시겠다고 한다.



경희가 보내온 이 박사님의 전갈은 나에게 맑은 청량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평화를 허락했다.

이 박사님의 뜻을 들은 지 한 해가 지났다. 엊그제 LA국립묘지 방문은 이 박사님의 사회봉사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그 분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닌 군인들을 현충원에서 만나고, 누구보다 그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으며 살아 오신 것이다.

LA국립묘지는 웨스트LA에 있다. UCLA 캠퍼스 근방 세펄베다와 윌셔가 만나는 지점 바로 북쪽에 114 에이커의 넓은 땅에 자리잡고 있다. 내가 그곳을 찾은 이른 오후는 평일이어서 그런지 한가했다. 일렬로 단정하게 세워진 흰 대리석 묘비들. 묘비에는 모든 것을 일축한 한 줄의 이름과 참가했던 전쟁(들), 태어난 해, 사망한 해가 적혀있을 뿐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친지한테서 2006년 사진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타드 하이슬러의 사진과 글이 전송되어 왔다. 사진은 2005년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해병대 소위 제임스 케이시와 관련된 것으로 럭키 마운틴 뉴스에 보도됐던 사진들이었다. 성조기로 감싸진 남편의 관, 그 관에 엎드려 오열하는 만삭의 젊은 아내, 배안의 태아를 관에 대고 아이와 죽은 영혼이 대화하게 하는 모습, 남편의 관 앞에서 남편이 좋아하던 음악을 노트북으로 틀어 놓고 밤을 함께 보내는 아내, 그리고 부동자세로 젊은 여인 옆에서 밤을 새우며 이 모든 것을 지키고 경의를 표하고 있는 예복차림의 해병대원의 모습 등이었다.

빌리 래이 사이러스는 큰 오빠나 제임스 케이시처럼 전사한 젊은이들을 노래 '어떤 이들은 전부를 주었다(Some gave all)'로 기리고 있다. 그의 노래는 빌보드에 최장기록을 세운 바 있다. 모든 것을 남을 위해 준 이들이여, '파쳄 에터니스!(Pacem Eternis)!' 영원한 평화가 그들과 우리에게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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