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양조위의 사랑과 동성결혼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양조위는 여배우인 유가령과 유명해지기 전부터 연인관계였다. 무명 배우 시절 만나 오랫동안 사귀면서 중국 연예계에서 공식커플로 팬들의 부러움을 받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유가령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다. 당시 영화촬영 중이던 양조위는 이 소식을 듣고 연인을 구하기 위해 촬영장을 박차고 나간다. 구출에 성공하지만 유가령은 성폭행에 대한 끔찍한 기억으로 이미 세계적인 배우가 된 양조위에게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유가령을 양조위는 온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양조위의 이런 모습에 유가령은 닫혔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이들의 관계를 다시 위험에 빠뜨린다. 한 신문에 유가령이 납치 당시 괴한들에게 찍힌 나체사진이 실린 것. 사건이 터진 지 12년이 지난 후였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이번 일은 양조위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며 수군거렸다. 그러나 보도 직후 양조위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유가령과 결혼하겠다'라고 선언한다. 유가령을 향한 프러포즈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유가령은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만난 지 19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
동성결혼 취재를 위해 약식 결혼예식을 여는 채플에 갔다. 운 좋게 식을 올리러 온 동성커플을 만났다. 40대 중반쯤 돼보이는 백인과 아시안 남성이었다. 만난 지 16년이 됐다고 했다.
그들은 친구로 만나 곧 연인이 됐고 합법적인 부부가 되기 위해 오랜 세월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게 된 소감을 물으니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직전 매우 행복하다며 웃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부부처럼 살아왔지만 정부로부터 정식 부부로 인정받아 식을 올리고 결혼 증명서를 받게 된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며 기뻐했다.
연방대법원의 결혼보호법 위헌 판결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가주에서만 3년 동안 3만7000쌍의 동성 커플이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연방차원에서 동성 결혼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반면 아직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동성 결혼에 대한 개인적인 의식까지 바꾸라는 말이 아니다. 결혼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개개인의 생각의 자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유가령을 아내로 맞기 위해 19년을 바친 양조위와 합법적인 부부로 살기 위해 16년을 기다려온 동성 커플의 사랑이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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