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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민의 권리 vs 법원의 판결

[LA중앙일보] 발행 2013/07/1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3/07/10 18:00

원용석/사회팀 차장

연방대법원이 주민발의안8(프로포지션8) 심리를 기각하자 신문의 헤드라인은 온통 '동성결혼 합법화'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심리 기각은 '동성결혼'이 아닌 '주민 자격'에 대한 것이었다. 동성결혼 찬반을 떠나 모두가 분노를 느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론 주민들이 아무리 힘을 모아 발의안을 통과시켜도 주 정치인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게 이번 대법원 심리 기각의 골자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11년 주민투표로 법을 제정하자는 주민발의안을 주 수정 헌법에 포함시켰다. 주지사 등 정치가들이 정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패를 일삼을 경우에 대비해 주민들에게 최종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민발의안을 제정했다. 당시 주정부가 '남태평양철도회사'라는 특정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특혜를 준 것에 반해 나온 법안이 통과됐었다.

이후 주민발의안은 가주 민주주의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재산세 인상을 막는 내용의 프로포지션13을 비롯해 수많은 환경법안, 사형제 지속,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여부 등 실생활에 중요한 사안들이 주민투표에서 결정됐다.

한데, 대법원은 심리를 기각함으로써 가주민들의 권한을 주 정치인에게 넘겨줬다. 주민이 아닌, 주지사나 주 검찰총장 등 주를 대표할 정치인만이 항소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연방대법원이 거대 정치기관으로 탈바꿈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동성결혼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몇명의 판사가 아니라 각주 주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가주민은 지난 2008년 주민발의안8을 찬성 52%로 통과시키며 동성결혼을 금한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연방법원이 투표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면서 1·2심에서 모두 위헌 결정을 내리며 발의안을 무력화시켰고, 이에 대한 항소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대법원까지 이르게 됐다.

대법관 9명 중 4명도 이러한 이유로 심리 기각을 반대했다. 판시문에는 반대한 대법관들은 주 정치인과 비교해 주민의 법안 제정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반대했다'라고 적혀 있다.

시간이 흐르면 가주민이 동성결혼 찬성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주민이 아닌, 판사 몇명에 의해 법이 바뀐다는 대목에서 기분이 언짢은 것이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USA투데이는 동성결혼이 미국내 13개 주에서 합법화되면서 '다음 차례는 일부다처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지타운의 주디스 아린 법대교수는 "연방대법원의 해석대로라면 합법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금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동성결혼만해도 처음엔 그런 취급을 받았다. 일부다처를 주제로 다룬 HBO드라마 '빅 러브'가 지난 수년간 큰 인기를 모은 것을 보면 이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세상도 바뀌는 것이 이치이다. 단, 변화의 최종선택권은 주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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