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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문정왕후 어보 환수는 시작에 불과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3/07/15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3/07/14 17:19

안유회 / 특집 에디터

지난 11일 혜문스님과 안민석 국회의원, 김준혁 경희대 교수 일행이 문정왕후 어보(御寶) 환수를 위해 LA를 방문했다. 일행은 LA카운티미술관(LACMA) 관계자와 만나 어보에 붙어있는 종이에 '육실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란 글씨가 쓰여있음을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로써 어보가 종묘 제6실에 보관됐고 6·25 중 미군 병사가 훔쳐갔다는 증거라는 것이 환수 추진단의 주장이다.

LACMA측이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 환수가 결정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수 추진단이 LACMA측과 만난 것 자체가 의미있는 진전이다. 미국엔 약탈이나 절도로 반출된 외국 문화재를 반환해야 한다는 '국가 절도 재산법'이 있다. LACMA도 어보가 절도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는데 협조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미국에 한국 문화재가 많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의 문화재청은 해외에 모두 7만6143점의 문화재가 흩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에 3만4369점, 미국에 1만8635점, 영국에 6610점, 독일에 5221점이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2만점에 육박하는 한국 문화재가 미국으로 유출된 것은 물론 미군정과 6·25, 특히 6·25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극심한 혼란기는 문화재 유출에는 최고의 기회다. 임진왜란 때 왜군은 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약탈팀을 구성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선의 문화재를 훔쳐갔다. 서구의 아시아 침략 때도 마찬가지였고 1,2차 세계대전 때는 유럽국가끼리 문화재를 훔쳐갔다. 전쟁과 문화재 약탈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이라크전이다.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2003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정수가 모여있는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은 단 사흘 만에 유물 1만5000여점을 도난당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에 한국 문화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그레고리 헨더슨이다. 196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헨더슨은 1000여점의 한국 유물을 외교행랑에 넣어 빼돌렸다. 그는 나중에 유물을 하버드대학 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정약용의 저서를 비롯해 1400여권의 서책을 찾은 곳도 버클리 도서관이고 고종황제 국새도 100년 만에 미국에서 찾았다. 미국내 개인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는 제대로 파악조차 돼있지 않다. 고종황제 국새를 갖고 있던 이는 미주 한인이었다.

문화제 환수에서 한국 정부는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외교 관계를 고려해서 인지 문화재가 가장 많이 유출된 일본과 미국, 유럽 국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 의병의 활약상을 기록한 북관대첩비를 일본에서 가져온 것도, 도쿄대에 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가져온 것도, 겸재 정선의 작품 21점을 독일 수도원에서 되찾은 것도, 일본 호텔 정원에 있던 경복궁 자선당 유구를 찾아온 것도 모두 민간의 노력 덕분이었다.

LACMA 소장 어보 환수도 민간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 사용되는 상징물이었던 어보는 그 자체로 소중한 유물이지만 어보를 환수하는 과정과 결과는 앞으로 미국내 한국 유물을 환수하는 데 어보만큼 소중한 선례가 될 것이다. 고종황제 국새는 문화재청이 소장하고 있던 한인에게서 사들였다. 그보다는, 힘이 들더라도 불법유출 증거를 찾고 법에 따라 환수를 받으려는 민간 어보 환수 추진단의 노력이 훨씬 소중하다. 미래를 위한 좋은 선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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