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평화의 소녀상, 무관심에 운다
구혜영 / 사회팀 기자
이 콘서트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주제로 열리는 미주 첫 콘서트로 출연진과 주최 측의 자체 후원에 의지해 오늘에 이르렀다. 수익금 전액은 가주한미포럼에 전달돼 어바인·풀러턴 등지에 설립 추진중인 미래의 기림비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윤 디렉터는 "한인 커뮤니티가 이렇게까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는 줄 몰랐다. 콘서트 연다고 홍보한 지 1달이 다 됐는데 티켓 예약(213-706-5500)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글렌데일 시청에서 열린 위안부 기림비 관련 마지막 공청회도 사뭇 쓸쓸했다. 공청회장에 자리를 잡고 앉은 한인은 넉넉잡아 20명. 커뮤니티 대표자로 불과 4명이 나선 것과 달리, 일본계에선 30여 명이 발언대에 서서 기림비 설립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80여 명의 일본계 주민들은 격렬한 항의표현과 조직적 행동으로 LA타임스와 데일리뉴스의 1면을 갈아치웠다. 글렌데일 시장과 시의원들 앞에서 눈물과 미소, 투표권을 놓고 벌이는 협박(?)은 놀라울 정도였다. 다행히 공청회 표결 결과는 한인 커뮤니티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일외교문제가 아닌, 냉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단체활동이나 큰 목소리는 되도록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일부 한인들의 여유있는 태도는 자위에 가까웠다.
오는 30일, 글렌데일 공립도서관에 '평화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7월, "기림비 공개하는 날, 꼭 다시 올게"란 말을 남기고 떠났던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그날, 그곳에 선다. 김 할머니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나날들을 잊지 않기 위해 증언한다고 했다. 최근 기림비 설립 관련 풀뿌리 모금운동 중인 가주한미포럼으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많이 눈길을 피하고 "싫다"는 의견을 내는 것이 한인이란다.
위안부 문제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순식간에 식는다. 기림비 모금활동에 돈을 내거나, 위안부 콘서트 티켓을 사지 않아도 좋다. 끓었다가 식는 것보다 더 문제는 한번 끓어보지도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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