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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종차별 항의도 폭력은 안 된다

오수연/경제팀 기자

소년의 손에 들려 있던 건 스키틀즈였다. 총도 칼도 아닌 새콤달콤한 캔디. 그 소년에게 '죄'가 있다면 스키틀즈를 먹고 싶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소년은 죽었다.

비무장한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기소됐던 조지 지머먼이 무죄로 풀려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사건이 발생했던 플로리다의 샌퍼드는 물론 뉴욕과 시카고, 애틀랜타 그리고 LA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그들의 분노는 너무도 당연하다.

일명 '후드티 흑인소년 살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26일 저녁에 발생했다. 17세의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이 후드티를 입고 편의점에 간다. 스키틀스와 음료를 사들고 여자친구와 통화를 나누며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어떤 이의 눈에는 다르게 비쳐졌다. 경찰이 되고 싶은 히스패닉계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의 눈에 보인 마틴은 범죄를 저지르기 바로 직전의 불량한 흑인소년일 뿐이었다. 그래서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년의 뒤를 쫓았을 것이다. 아마도 지머먼은 당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감'에 불타 있었을지는 모른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둘은 몸싸움을 시작했고 총을 소지했던 지머먼은 마틴의 심장에 총을 쐈다. 그리고 소년은 죽었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데는 사회 곳곳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차별' 때문이다. 인종차별. 만약 그 소년의 17세의 백인 소년이었다면 지머먼이 그를 의심하고 뒤를 쫓았을까, 죽였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배심원 구성도 문제였다.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 6명 중 5명이 백인이었고 1명은 히스패닉계였다. 6명의 배심원 중 한 명도 흑인이 없었다. 흑인커뮤니티가 분노케 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차별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하디 흔하다. 인종이 달라서 차별받고, 여자여서 나이가 많아서 또는 외모가 조금 못나서 차별을 받는다.

물론 한인들도 차별이라는 단어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미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으로 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때론 차별을 하기도 한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싸이를 통해 유명세를 탄 리틀 싸이 황민우군이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뿌리부터 쓰레기' '다문화 XX가 한국 산다는 게 X같다' 등의 수많은 악성댓글이 달렸다. 이제 8세가 된 소년에게다. 얼마전 워싱턴 포스트의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민주화된 국가 중 가장 인종주의 의식이 강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누군가를 위해 함께 소리높여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게 하는 목소리다. 필요하다. 하지만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느냐 역시 중요하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이번 시위로 인해 누군가 또 부상을 당하고 상처를 입는다면 그들은 비무장한 소년을 향해 총을 겨눈 또 다른 지머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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