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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꽃보다 '찬란한' 할배들의 여행

이성연/특집팀 기자

#. 어느 날 중년 여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전세계를 누비며 배낭여행에 빠진 사람이라며 자기를 소개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생생한 여행 정보를 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성화에 못 이겨 직접 신문사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만났다. 고운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중년 여인은 환갑이 넘은 할머니였다. 몇 해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오지부터 대한민국 방방곡곡 여행을 했다. 배낭 하나 꾸려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반년 이상 돌아다녔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곳을 밟고 느끼고 올 예정이란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감동을 글로 적어 주위 친구들에게 함께 그 짜릿함을 나눈다. 비싼 가방, 고급 승용차보다 여행이 좋다며 쓰윽 웃는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살포시 내려앉은 주름은 멋져 보였다.

#. 최근 또 다른 한인 남성을 만났다. 한창 나이에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가족을 위해 일했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이른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친구들보다 빠른 은퇴가 다행이라 생각한다. 큰집에 이사할 욕심에 아직도 주식 거래표를 들여다 보며 지내는 친구들도 주변에 많다. 하지만 그는 '집착'을 버리니 '자유'가 찾아 왔다 말한다. 그 자유는 아내와 함께 떠나는 여행지에서 맛 보았다. 또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세월을 돌아보며 알지 못한 깨달음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 이 순간이 좋다.

지금 한국에서는 '국민 할아버지'인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배우 4인방이 '황혼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떠난 리얼리티 쇼 '꽃보다 할배'가 인기다. 1%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케이블 TV에서 이 프로그램은 평균 4% 이상 시청률로 대박을 터뜨렸다.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 기록을 하고 있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의 평균 나이 74세. 그동안 각자 살아온 방식이 있어 개성들도 뚜렷하다.

예상치 못 한 상황에서 나오는 어른들의 말이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인생의 연륜과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프로그램 중간에 민박집에서 만난 혼자 50일간 여행 온 여대생에게 '존경스럽다'고 한 신구의 말은 젊은이들에게는 유용한 지침서가 됐다. 그리고 개선문에 올라 에펠탑을 바라보며 '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여행이다'라는 박근형의 말에 가슴 짠해진다.

할배들의 모습에는 내 할아버지, 내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이들은 과거이며 현재고 미래다. 지금껏 바쁘게 사는 자식 대신 손주 뒤치다꺼리나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 골프치는 일이 노년의 삶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은 노년도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말했다.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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