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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폭행 당하는 여성들

[LA중앙일보] 발행 2013/07/20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3/07/19 18:06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LA선셋대로에 있는 선셋카이저 병원에는 동양인 의사나 간호사가 많이 근무한다. 한인을 위시해 아시아계 이민자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이곳의 필리핀계 간호사들이 언제부터인지 밸리에서 일하는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남편 폭행의 피해자들이었다. 이들도 한국인 이민자들처럼 정신과를 찾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감추려는 듯했다. 심한 폭행 피해를 당하면서도 종교적 이유로 이혼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따라서 지금 남편과 오래 살려면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다.

우선 가정 폭력의 순환(cycle)과정을 공부했다. 대부분의 아시아계 이민자 가장들은 직장·사업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국에서 자신들이 누렸던 직업적 위상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계층에 속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수였던 이가 미국에서는 보조교사를 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이민자 여성들은 언어 습득이나 환경 적응이 빠르다. 게다가 이곳에서 자라는 자녀들과의 교감이 빠르다.

이런 식으로 안팎에서 긴장이 쌓이다가 분노 조절이 안 되면, 자신보다 체력이 약한 아내를 해치는 것이 가정 폭력이다. 화풀이가 끝난 후, 사과도 하고 선물공세도 하면서 다시 시간이 간다. 그러나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본인이 이를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결국은 자신의 일부와도 같은 배우자에게 화살이 간다.

멀쩡하던 어른이 이렇게 짐승처럼 변화되는 것을 이해하려면, 인간 두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번연계가 하는 일, 즉 위험(또는 스트레스)이 감지되면 '싸우거나 도망치는(fight or flight)' 생명 보존의 본능을 이해해야 한다. 갓난 아기가 배고프거나(스트레스), 또는 엄마가 안보이면(위험) 울어대는 것이 바로 '살아가기 위한 싸움'이 아닌가.

어른이 된 후에도 'fight or flight' 반응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가슴은 뛰고 숨이 가빠지며, 근육이 강직되어 피곤이 몰린다.

이러한 감정의 상태를 제압(또는 조절)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창조력을 길러주며, 사태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이성을 갖게하는 영역이 바로 두뇌의 가장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이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터 시작되어 25~30세가 되어야 제대로 기능을 하도록 성숙되는 전두엽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감정뇌를 조절하는데 늘 힘이 겹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으로 길이 들여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은 감정뇌에서 울컥울컥 공격성이 올라오더라도 제압하는 기능을 배우게 된다.

남편이 이성을 잃고(즉 전두엽의 기능이 0인 상태), 분노에 휩싸여 있다면(포유동물 두뇌 안의 감정뇌가 극도로 공격적인 상태) 이 필리핀 아내들이 택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은 우선은 도망가거나 피해야 한다(flight). 동물은 자신보다 더 크거나 힘이 센 상대가 오면 도망간다. 작고 약한 아내에게는 폭행(fight)을 하지만 무기를 지니고 있는 경찰관, 즉 법 앞에서는 온순해진다.

일단은 폭행의 현장을 피하고 법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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