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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녀상과 총영사의 말못할 고민

이재희 사회팀 차장

#프롤로그. 지난달 30일 글렌데일 중앙도서관에서 공개된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 보니 연관 검색어로 '평화의 소녀상 한국 총영사관 불참'이 함께 떴다.

감기에 걸린 듯 맹맹하고 살짝 잠긴 듯한 목소리였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일본 LA총영사는 나서는데 왜 나서지 않느냐고, 행사에 공식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참석하지 않느냐고 근 한 달간 시달려온 신연성 LA총영사가 입을 열었다. LA평통 출범회의에서였다.

한·일 갈등으로 폄하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는 여성 인권 유린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편을 만들어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미국 내 지역 정부가 하는 일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 시민정신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나서지 않았지만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다렸다고 했다. 일본 LA총영사가 여러 차례 전화를 했는데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 사이 감기에 걸렸다. 혀끝은 갈라졌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민했고 속이 탔다. 기사와 온라인 게시판 글들을 찾아 읽었다.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제막식이 끝나면 나서지 않는 이유와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고 작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제막식이 열리는 시간, "반일운동을 하는 사람이 지난달 14일 LA타임스에 '일본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냈고 바로 이에 반박하는 기고를 보냈지만 글렌데일 제막식 즈음인 21일 실리게 됐다"는 일본 총영사의 해명 및 사과성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제막식이 열리고 이틀 뒤 행사 내용에는 맞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하며 말을 이었다. 제막식이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제서야 공개한다고 했다.

제막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매일 가서 보고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걱정했다. 지난해 말 서울과 뉴욕에서 있었던 말뚝테러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소녀상을 잘 지키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한·일 갈등이 아닌 국제적 사안으로 끌고나가야 한다는 그의 발언 내용을 미뤄보아 그는 앞으로도 말을 아낄 듯하다.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석하지도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어떻게 하면 드러내놓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인과 주민에 다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이해시키고 정부와 커뮤니티가 주도적으로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고 기림비를 설립하도록 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준비를 하는 듯했다.

이제 그의 말을 조금은 믿어도 될 것 같다.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그가 깜빡하고 하지 않은 말이 있다. 그 대신 커뮤니티가 나서달라는 당부다. 왜 총영사가 나서지 않느냐고 비난하는 것은 이 정도면 됐다. 그가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보다는 내가 나서야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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