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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이민교회를 향한 한국 목사의 쓴소리

이종호/편집팀장

지난 주말 LA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큰 행사가 하나 있었다. 한국의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인도한 나성영락교회 40주년 기념 부흥성회였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진행된 집회는 만석의 예배당으로도 모자라 복도, 로비까지 가득 채우며 매회 2000명 가까운 사람들로 넘쳐났다. 평소 인터넷이나 CD로 그의 설교를 듣는다는 다른 교회 사람들까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의 이찬수 목사는 파워 넘치는 설교로, 또 위기의 한국 교회를 향한 바른 소리, 쓴 소리로 유명한 목사다. 11년 전 분당에서 교회를 개척해 지금은 출석 교인 2만 여명의 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교회를 10년 내에 4분의 1로 줄이겠다는 대형교회 포기선언으로 화제가 됐고, 수백억 원대의 교회 건물을 팔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해서 또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LA에서 쏟아낸 말들도 이민교회의 안타까운 현실과 기독교인의 허위의식에 관한 것들이었다. 툭하면 싸우고 갈라지고 법정으로까지 가는 교회들, 입으로는 이웃 사랑을 달고 살면서도 만나기만 하면 상처주고 시기 질투하는 장로 권사 집사님들, 멀리 아프리카나 북한을 위해서는 눈물로 부르짖고 기도하면서도 정작 가까운 이웃이나 자기 가정은 나 몰라라 팽개치고 있는 기독교인들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절정은 자신을 불러 준 나성영락교회를 위기라고 단언한 대목이었다. 어떤 교회든 30~40년 쯤 지나면 대개 영적 파워는 물론 사회적 영향력까지 급격히 쇠퇴해 간다는 학자들의 지적을 들면서 이 교회도 과거의 위상과 자랑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똑같은 길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질타는 질타로만 끝나지 않았다. 나성영락교회를 유례가 드문 저력있는 교회라고 치켜 세우면서 교인들이 20~30년 오랜 믿음을 자랑할 게 아니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만 가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다독였다. 그러면서 "제발 싸우지 마라, 목소리 높이지 마라, 아무리 좋은 의견도 얼굴 붉히며 남 상처 주며 한다면 이미 악의 소리다"라고 권면했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보듬고 용서하라, 조언과 격려도 온유의 그릇에 담아낼 때만이 진정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외쳤다.

그의 진단은 그 자신이 이민자들의 신산한 삶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민자 출신이었기에 훨씬 더 절절했다. 특정교회를 향한 얘기였지만 이것이 미주 한인교회 전체의 문제이며, 나아가 모든 한인 이민자들을 향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이 대목에서였다.

잘 나가는 기업도 정기적으로 경영진단을 받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을 갉아먹고 있는 요소는 없는지 외부 전문가의 눈을 통해 찾아내기 위해서다. 때론 개인도 그런 점검이 필요하다. 신앙인이라면 절대자의 음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무신론자라면 누군가의 지적과 조언을 경청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찬수 목사의 일갈은 이민교회에 대한, 그리고 우리 모든 이민자에 대한 경영진단이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문제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해법 또한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결연한 자세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과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사람과의 차이는 천양지차다. 문제를 인지했다면 움직여야 해결도 된다는 말이다.

"회복을 원하는가. 치유의 기적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라. 그럴 때 내가 바뀌고 상대가 바뀌고 이민교회가 바뀌고 한인사회가 바뀐다."

말 그대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민자들을 권면하고 떠난 이찬수 목사의 외침이 아직도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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