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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한국의 착각, 일본의 망상

김완신/논설실장

'착각'과 '망상'은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착각은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망상은 근거가 없는 믿음 또는 사실이나 논리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신념을 뜻한다. 착각은 주로 신체 감각기관의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된다. 잘못 보았거나 잘못 들었을 때 착각이 생긴다. 그러나 착각은 고질적인 상황은 아니다. 감각기관의 오류로 생긴 잘못이 수정되면 착각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착각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미래는 희망적일 것'이라는 착각은 '근거는 없어도'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망상은 착각과 다르다. 착각이 실수로 생긴다면 망상은 병리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릇된 믿음이지만 전혀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생각이 옳고 자신의 말이 진리하고 주장한다. 주변의 조언이나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은 착각이 아니라 망상이다.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들어 설명해도 망상에 사로잡혀 비합리적인 주장을 고집한다. 착각은 순간적이어서 잘못을 깨닫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지만 망상은 진위에 관계없는 확고부동한 믿음이어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망상이 착각보다 더 위험하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망상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집단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로 확장되면 역사를 뒤흔들만한 비극을 만든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에게 게르만 우월주의를 주입해 독일제국 건설의 망상을 이루려했다. 결국 지하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해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망상은 2500만명(민간인 사망자 3000만명)의 군인 사망자와 수백만의 유대인 학살을 가져왔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도 파시즘의 망상에 빠져 로마제국의 부활을 꿈꿨지만 끝내 체포돼 처형됐다. 두 지도자의 망상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과 비극을 가져온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역사를 거슬러 가려는 무모함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나치식 헌법 개헌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명기한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나중에 발언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일본 군국주의로 피해를 당했던 주변 국가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가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떠나 반인륜적인 범죄로 인식돼 파장이 커지자 일본정부는 20년전 고노 담화까지 수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은 일제시대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시인하고 위안소 설치.운영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군에게 불명예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수정의 뜻을 밝혔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글렌데일 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일본 정부 차원의 반대 압력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되돌리려는 헛된 망상을 버려야 한다.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우경화가 일본 내 집단망상으로 고착될 경우 일본은 역사를 역주행해 고립의 길로 갈 것이 분명하다.

고대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기타에는 '망상은 무지의 소산'이라는 경구가 나온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려면 일본이 '무지'한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의지도 노력도 찾기 어렵다. 한국은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좋은 이웃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만 일본은 부끄러운 역사를 가릴 수 있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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