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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마존 창업주의 종이신문 인수

김완신/논설실장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는 뉴욕에서 시애틀까지 대륙 횡단을 하면서 온라인 쇼핑몰 사업계획을 구상했다고 한다. 거액의 연봉을 받던 뉴욕 헤지펀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가 인터넷 쇼핑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예상때문이었다. 여기에 온라인 거래에 판매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연방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창업의 불씨가 당겨졌다. 1994년 베조스는 자신의 집 거라지에 '아마존닷컴'을 세웠고, 30만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의 현재가치는 230억달러를 넘어섰다.

다양한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아마존닷컴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를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판매 품목에 신문을 하나 더 올렸다. 1877년 창간된 워싱턴포스트는 1933년 금융업자 유진 메이어가 인수한 후 1946년부터 메이어의 사위인 필립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인계받아 그레이엄 가문 소유의 신문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971년 국익보다는 언론의 사명에 우선해 국가안보국의 베트남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했고, 1973년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 종이신문의 경영난은 워싱턴포스트도 피해가지 못했다. 10년 전 83만부로 역대 최고였던 발행부수가 최근에는 50만부 아래로 떨어지면서 적자는 계속됐다. 지난 해에는 5300만달러 적자로 창업이래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언론계에서는 136년 전통의 신문이 매각됐다는 사실 보다는 인수자가 베조스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는 회사를 구입한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이 보다는 베조스가 오프라인의 상징인 신문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베조스는 이력은 신문업과는 거리가 멀다. 어릴 적부터 유일한 관심은 과학과 기술이었다. 동생이 방에 못들어오도록 전자경보기를 설치하기도 했고 기계의 분해·조립에 흥미를 보였다. 물리학을 공부하려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했지만 컴퓨터 공학으로 전공을 바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아마존닷컴외에도 2000년에는 '블루 오리진'을 세워 우주산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베조스가 신문사를 인수한 것 못지 않게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그가 수년간 노력에도 적자를 못 벗어나는 워싱턴포스트를 정상궤도로 올려 놓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베조스는 아마존닷컴 회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워싱턴포스트를 샀다고 밝혔다. 매각 당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넷도 '포스트가 베조스에게 팔렸다'라고 첫화면에 게재했다. 그는 인수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의 핵심가치는 여전히 남아있고 미래는 밝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넷 분야의 대표주자가 신문사를 매입한 것은 수익모델로서 신문의 가능성이 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신문과 인터넷의 결합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넷 시대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신문이 가진 전통과 잠재력은 건재하다. 베조스도 워싱턴포스트의 이 같은 가치를 기반으로 희망적인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매각은 인터넷 시대가 초래한 종이신문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또한 베조스의 인수는 인터넷 시대에도 종이신문이 여전히 매력적인 상품인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인터넷으로 쇠락한 신문을 살리기 위해 아니러니하게도 인터넷 아이콘이 나섰다.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베조스의 또다른 대륙횡단을 바라보는 시선에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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