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의 눈] 첨단기술이 가져온 '풍요'와 '단절'

염승은/경제부 기자

얼마 전 만난 지인 A씨는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들에 대한 얘기를 하며 혀를 찼다. A씨는 자녀들의 나이가 비슷한 친구 가족을 집으로 초청해 함께 토요일을 보냈다. 식사 후 어른들끼리 테이블에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중 아이들을 보니 통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만 두드리고 있었다.

서먹해서 그러려니 하고 가보니 아이들은 바로 옆에 앉았으면서도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화를 어른들이 듣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데다 서로 어색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갈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는 게 아이들의 변이었다. '인간미가 사라지는 거 아니냐'며 A씨는 한탄했다.

그의 말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미가 없어지는 걸까, 아니면 A씨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채 이전 방식이 더 좋았다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걸까.

사실 3~4년전과 비교만 해도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모든 게 손끝에서 간편하게 이뤄지고 있고, 새로 나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의 대다수가 인터넷 또는 모바일 기반 산업이다. 쉽게 IT기업이라고 통칭하는 이들 기업은 이제 단순한 하이테크를 넘어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매출을 만들어 내는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이들 기업의 약진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우리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페이스북의 실적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페이스북은 가입자 10억명이 넘는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킹 사이트(SNS) 기업이지만, 그 매출은 명성에 크게 못미쳐 실망을 주는 듯했다. 하지만 모바일 광고 활성화로 2분기에만 18억3000만달러라는 돈을 벌어들였다.

스마트폰 앱으로 갖가지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그루폰 역시 2분기에 매출 향상과 CEO 교체로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300% 가량 올랐고, 2분기에는 월가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성공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삶을 보다 편하고 윤택하게 하면서도, 우리가 필요한지 조차 알지 못했던 필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기존에 없었던 무언가를 혁신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조금 비틀어 생각하는 발상 말이다. 이미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애플이 발상의 전환으로 내놓은 아이폰으로 우리의 삶을 바꿨듯 말이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은 멀리 떨어진 지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번거롭게 일일히 전화를 할 필요없이 나눌 수 있도록, 그루폰은 다양한 할인과 쿠폰을 꼼꼼히 챙기지 않아도 되도록, 테슬라는 주유소에 가는 번거로움과 환경파괴에 대한 부담이 없도록 해주었다. 없다 해도 삶에 큰 지장은 없지만, 하나하나 쌓여 더 풍요로운 삶이 완성되는 식이다.

A씨의 인간미에 대한 우려도 분명 맞는 말일테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서 이전의 가치와 기술이 주는 편안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으며 그 혜택을 누리는 건 이를 사용하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