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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페이스북 우울증과 상대적 박탈감

김완신/논설실장

페이스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불행을 더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시간대 신경과학 연구팀은 페이스북 이용자 82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사용 빈도와 행복감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결과는 페이스북을 오래 사용할수록 행복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에단 크로스 교수는 페이스북 사용이 불행을 가져오는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들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단점이나 부끄러운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고, 장점과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한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항상 즐겁고 행복한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남들은 모두 행복한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불행은 시작되고 이런 감정이 병적 수준을 보이면 우울증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페이스북 우울증'이라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만든 신종 우울증이다. 10~20대에 많지만 장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은 자신이 기대하는 삶의 조건과 실제 생활과의 차이에서 오는 사회·심리적인 긴장상태를 뜻한다. 기대와 실제 사이에는 항상 괴리가 있다. 목표하는 가치를 기대하는 마음과 그것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엄연히 다르다. 특히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을 때 경험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운동, 일탈행동 등의 경미한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범죄나 테러로 표출된다. 여기에 집단적 응집력이 더해지면 폭동 등의 격변을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또한 국민이 기대하는 가치를 국가가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내전이나 쿠데타 등의 국가 전복시도로 이어진다.



지난 8일 한국에서 발표됐던 세법개정안이 중산층의 거센 반발로 수정됐다. 대부분 중산층은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득세 인상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문제는 형평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율이 50%에 가까운 현실에서 소득의 원천이 확실한 근로자들에게만 국한된 세금인상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연간 소득이 억대를 넘는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이 상대적으로 중산층 보다 낮다는 것도 반발을 키웠다. 중산층의 부담은 늘리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에 가는 혜택을 강력하게 규제하지 못하는 세법에 대한 불만이다.

한국은 양극화의 심화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 중산층 이하의 피서객들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해외여행은 크게 늘어 인천공항이 역대 최고 출국자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건강한 공동체는 구성원간의 상대적 박탈감이 적다.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한 행복도 조사에서 코스타리카나 부탄 등의 후진국이 선진국을 누르고 수위를 차지한 이유도 부의 편중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6개 선진국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하위권인 2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사회안전과 교육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사회구성원간의 유대를 평가하는 공동체 지수는 34위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상대적 박탈감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복지정책도 가난구제의 차원을 넘어 부의 재분배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으로 변환돼야 한다.

페이스북의 박탈감은 전원을 끄면 사라지지만 현실의 박탈감은 온갖 세법과 복지정책을 동원해도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특히 박탈의 대상이 재화가 아닌 마음일 경우에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여전히 실현될 수 없는 이상향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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