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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흑인에 대한 편견은 정당한가

원용석/사회부 차장

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첫 룸메이트가 흑인이었다. 매일 밤 늦게까지 공부했던 성실한 친구였다. 주말이면 그의 부모가 찾아와 아들이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확인했다.

당시 TV에선 OJ 심슨 전 부인 살해사건이 연일 생중계 됐다. 심슨의 흑인 변호사였던 자니 코크란의 화려한 언변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장갑이) 맞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If it doesn't fit, you must acquit)"라는 명언까지 남기며 법정을 뒤흔든 그는 심슨의 무죄 평결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이었다. 대학 때 첫 타인종 친구가 룸메이트였고, 법조계의 스타로 떠오른 코크란을 보면서 왠지 미국내 흑인의 위상이 격상된 듯했다. 2000년대 들어선 흑인 대통령까지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흑인사회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통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전국 살인사건 1만4000여건 가운데 살해자의 절반이 흑인이었다. 14~24세 흑인들의 살인 범죄율은 같은 또래 백인과 히스패닉을 합친 것보다 10배나 높았다. 이에 반해 미국내 흑인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은 12%다. 한 논객은 이 수치를 토대로 "흑인 젊은이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게 인종차별주의자로 치부할 일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지 지머먼이 17세 흑인소년 트레이번 마틴 총격살해 사건에서 무죄 평결로 풀려났지만 인종논란 후폭풍은 여전하다. 지머먼이 비가 내리던 날에 후디를 입고 서성이던 마틴을 보고 '인종 프로파일링'을 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그가 흑인을 향해 증오심이 똘똘 뭉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랬다면 그가 백인 경관 아들에게 구타 당한 흑인노숙자 사건의 부당성을 고발하기 위해 2011년 1월 플로리다주 샌포드 시청 앞에서 시위 했겠는가. 또 AP통신은 마틴 사진으로 가장 어리면서 귀여워 보이는, 지머먼 사진으론 가장 비호감이면서 건장해 보이는 7년 전 사진을 채택하며 마틴 동정론 여론몰이에 나섰다. NBC 프로듀서 한 명이 마틴의 행동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던 지머먼의 육성 테이프를 조작하고, 그 방송분으로 인해 담당제작자와 담당기자가 해고된 사건 등은 너무 조용하게 넘어갔다. NBC는 육성 테이프에서 "인종이 무엇이냐"는 경찰질문에 따른 지머먼의 "흑인이다"라는 대답을 마치 지머먼이 먼저 "그 자는 흑인"이라고 말한 것처럼 편집했다.

흑인 젊은이들의 살인범죄율이 높은 것은 이들의 가정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질병통제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흑인들의 혼외출산율은 73%다. 이에 반해 백인은 29%다. 미국내 싱글맘 가정의 절반 가량이 빈곤층에 속한다. 어머니가 바빠 자녀 통제가 어려우면, 이들의 범죄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핍박을 받아야만 했던 흑인. 하지만 마틴 루터 킹, 재키 로빈슨 등을 통해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어준 것도 이들이다. 행복 넘치는 흑인 가정이 절실하다. 지머먼 사건을 뒤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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