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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길고 어두운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안유회/경제부장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21일 의사록을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양적완화(QE)을 줄인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시장에 풀 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새로운 정책 변화가 언제, 어떤 규모로 이루어질 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 연내 시행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축소 규모도 매달 시장에 푸는 돈을 현재 850억 달러에서 650억~750억 달러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시작된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연준의 정책은 돈풀기였다. 연준이 5년 동안 국채를 사들여 푼 돈은 모두 2조8000억 달러다. 이 기간 동안 외국 투자가가 사들인 미국 국채도 이와 비슷한 2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물론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은행에 잠겨있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돈을 푼 것이다.

FOMC의 의사록 공개는 부자연스러운 엄청난 돈풀기를 중단하기 위한, 이른바 출구전략이라는 정책 변화가 시작된 것인지, 돈풀기 정책의 단순한 조정인지 알 수 없다.



양적완화 축소의 시기와 규모 그리고 정책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22일 열린 잭슨 홀 미팅이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알 수 있는 잭슨 홀 미팅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등 중요한 내용의 연설을 하면서 통화정책의 바로미터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버냉키 의장을 비롯해 후임으로 유력시 되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인사들의 견해는 양적완화 축소가 돈풀기 정책의 조정일 가능성이 높음을 감지할 수 있게 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3일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보다 낮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대체로 부진한 것 등 경제지표도 다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연준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경제지표가 여전히 강하다면 다음달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것은 큰 틀에서 지금까지의 양적완화 정책 조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양적완화 즉에도 경기회복이 예상을 밑돌자 연준은 2011년 하반기에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단기 국채는 파는 오퍼레시션 트위스트로 정책을 전환한 적이 있다. 당시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고 연준은 다시 양적완화를 확대했다. "경제지표를 보고…"라는 단서가 붙는 것은 양적완화 축소가 지금까지의 계속됐던 돈풀기 정책 수정의 하나임을 암시한다. 연준이 정책의 명료성보다 유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나마도 축소 결정이 12월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있다.

의사록이 공개되자 미국 시장은 큰 흔들림이 없었지만 신흥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는 외환위기를 심화시키는 영향을 주었다. 제2의 IMF가 거론될 정도로 휘청거렸다. 아시아가 흔들리자 수출의 76%가 아시아 시장에 몰려있는 호주도 흔들렸다. 호주달러는 지난 3년래 가장 낮은 가치로 떨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 잭슨홀에서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기형적 정책인 돈풀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중에 돈을 푸는 이례적인 금융 정책을 끝내야 할 날이 올 것이고 물론 이를 종료해야 한다. 입구가 그랬듯이 출구 또한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길고 어두운 터널의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빛이 보이는 출구는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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