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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뺏고 뺏기는 '게릴라 청빙'의 고리

장열 종교담당 기자

오늘날 한인교계의 목회자 청빙 풍토는 절대로 바뀔 수 없는가.

지난 29일 세리토스장로교회가 뉴욕퀸즈장로교회 박규성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세리토스장로교회의 청빙 과정과 박규성 목사의 선택은 한인 교계의 심각한 청빙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세리토스장로교회는 지난 6월 김한요 목사를 어바인 지역 베델한인교회로 갑자기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교계에선 이를 두고 '게릴라 청빙'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렇게 목회자를 잃어 아픔을 아는 교회라면 상대 교회에 대한 배려는 더욱 필요했다. 울면서 직접 겨자를 먹어보지 않았는가.

세리토스장로교회 청빙위원회 정병철 장로는 2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교회 사정을 알아보니 박규성 목사가 나온다고 해서 사역이 '올스톱'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당회와의 접촉은 없었다. 충격이 있겠지만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나님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인도하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무것도 몰랐던 퀸즈장로교회측은 청빙 발표 당일(29일) 충격에 빠졌다. 퀸즈장로교회 한 관계자는 "너무나 당혹스럽다. 어찌 된 일인지 알아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빙 과정은 더욱 문제다. 세리토스장로교회 청빙위원회에 따르면 박규성 목사를 처음 만난 8월 중순부터 확답을 받고 발표한 시기까지는 보름이 채 안 된다. 과연 이 기간 안에 한 목회자를 심층적으로 볼 수 있었을까. 게다가 청빙 발표와 함께 박 목사의 집회 일정과 공동의회 일정까지 알렸다.

세리토스장로교회가 충격에 빠져있을 때 베델한인교회가 김한요 목사의 베델한인교회 집회와 공동의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알린 것과 같은 모양새다. 이는 청빙 대상자와 교회 측의 이권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박규성 목사는 지난 2011년 퀸즈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위임됐다. 그런 박 목사가 위임된 지 얼마 안 돼 다시 사역지를 옮긴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다. 일각에서는 박 목사와 원로목사 사이에 불협화음이 심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지극히 목회자 개인의 문제다.

출석교인 수가 2500명에 이르는 뉴욕의 상징적 대형교회를 이끄는 목회자가 교회 측과 교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청빙을 수락한 건 매우 경솔한 처신이다. 양떼를 돌보는 목자라면 개인적 상황보다 교회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이제 세리토스장로교회는 교인들을 모아두고 오는 8일 공동의회를 연다. 마치 데자뷰처럼 지난 6월 혼란 속에 있던 세리토스장로교회를 두고 베델한인교회가 김한요 목사에 대한 공동의회를 통과시킨 절차를 똑같이 밟게 된다.

배려와 상생은 실종됐다. 청빙에 있어 '나' 그리고 '내 교회'가 우선이다. 한인 교계의 청빙 현실은 심각하다. 분명 종교는 상식과 이성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

그렇다고 이성과 상식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한인 교계에서 논란이 됐던 각종 청빙 사례들이 과연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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