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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따라서]'연륜'이 존경받는 아름다운 사회

-자발리쉬의 필라 마지막 시즌 공연을 감상하고

볼프강 자발리쉬. 내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유명한 독일가곡 연주자(예를 들어 디스카우, 프라이, 슈라이어, 슈바르츠코프 그리고 최근의 토마스 햄슨)의 반주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컬 코치로서의 임무는 그의 방대한 직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는 지휘자로서 더욱 유명하다.

1953년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지휘자가 된 이래로 수많은 지휘 캐리어를 쌓아왔고 현재는 미국 5대 오케스트라의 하나인 필라델피아에 몸담고 있다.

그는 1993년 이 오케스트라의 바통을 잡은 이후 실제 연주에서 혹은 음반(EMI)을 통해 정통 독일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왔다.



그런데 아쉽게도 어느새 이번 시즌이 그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해서 살아있는 거장의 모습을 볼 겸 필라델피아를 찾았다. 오케스트라는 시내 중심가의 킴멜 공연예술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었으며 미국의 유명한 전화회사인 버라이존의 이름을 딴 홀에서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크게 슈트라우스의 2번 소나티나와 모차르트의 ‘하프너’ 세레나데로 나뉜다. 장수를 누렸던 슈트라우스의 만년작과 단명이 아쉬운 모차르트의 초기작. 왜 이 둘을 한데 묶었을까 그것은 슈트라우스가 열렬한 모차르트 팬이었다는 점으로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그의 2번 소나티나는 신동 모차르트의 정신을 기리며 바쳐진 곡이기 때문이다. ‘끝’이라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아가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지휘자와도 어떠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는 듯 했다.

슈트라우스의 목관을 위한 소나티나는 단촐한 구성(플릇 2, 오보에 2, 클라리넷 3,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2, 콘트 라바순, 바셋 혼, 혼 4)으로 진행되었다. 지휘를 하러 나온 자발리쉬는 이제 기력이 많이 쇠한 모습을 보이며 하이 체어에 걸터앉아 다소 무기력하게 박자 지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곡의 다이나믹을 만들기 위해 다소 신경질적인 사인을 보내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안스러운 마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조로운 연주 뒤에도 몇 번의 커튼 콜을 보내는 청중들의 박수를 들으며 공연 자체보다도 그의 연륜과 업적에 대해 존경을 보내는 애정어린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연주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하프너’. 이 긴 곡은 여름철의 야외 축하용으로 작곡된 것이며 더 정확히는 당시 시장이자 재벌이었던 지그문트 하프너의 여식을 위한 곡이었다. 결혼 전날의 만찬 후 여흥을 위해 쓰인 곡으로 ‘세레나데’의 본 뜻(연인의 창가에 서서 연주하는 곡)에 부합하게 첼로가 빠진다.

오늘의 공연을 위해서는 당시의 관례대로 대규모 야외 세레나데 앞부분에 ABA형식의 행진곡을 덧붙였다. 다악장으로 이루어진 세레나데에는 작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할 수 있는 세 개의 악장이 나온다. 특이할 것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재직하는 한국계 데이빗 김이 솔로를 담당했다는 점이다(이외도 오케스트라에는 한국계 비올라 부수석인 장중진, 평단원 마리 안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유색인종을 선호하는 오케스트라는 아닌 것 같다).

이번 공연을 감상하고 돌아오며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 무대 뒤편으로 퇴장하는 지휘자에 대한 안스러운 마음과, 누가 차기 지휘자로 바통을 잡을까 하는 호기심, 그리고 음악을 통해 코스모폴리탄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계 음악인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김종우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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