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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시 지선씨를 만났습니다

장열 종교담당 기자

얼마 전 이지선씨를 만났습니다.

지선씨의 교통 사고 이야기는 워낙 널리 알려져서 대부분 아실 겁니다. 그녀는 지난 2000년 이화여자 대학교 재학 시절 오빠의 차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인해 얼굴을 비롯한 전신에 55%의 중화상을 입었습니다. 수년간 무려 30번이 넘는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었죠. 그랬던 지선씨가 지금은 UCLA에서 사회복지학(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뒤 어느덧 13년이 흘렀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사고 후 그동안 그녀가 걸어왔던 일상의 시간 말입니다. 수많은 간증과 책 등을 통해 이미 소개된 단편적인 이야기보다는 평소 일상에서의 지선 씨 모습을 종교적 렌즈를 통해 글로 담아보려 했습니다. 한편으론 뻔한 인터뷰보다는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해보고 싶다는 기자로서의 욕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선씨와 인터뷰를 하기 며칠 전부터 혼자서 많은 상상을 해봤습니다. '나'를 지선씨의 삶에 자꾸 대입해 본겁니다. 혼자 있을 때마다 계속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내가 그런 사고를 당한다면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나도 얼굴에 화상을 입어서 지금의 내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갈까", "어쨌든 유명세를 탔으니 간증도 하러 다니고 널리 알려지게 됐다면 일상에서의 부담감은 없을까" 등 지선씨의 삶이 제 삶이라면 일상은 어떨지 상상해본 겁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그 상황이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분명한 건 그녀의 삶이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닐 테니까요.

실제 지선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제 안에는 그런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일종의 선입견입니다. 당연히 지선씨에게 과거 이야기를 묻는 질문은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아픔을 건드리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만 그랬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오히려 그녀의 반응이 저를 당황케 했습니다.

지선씨는 웃으며 "어떤 분들은 저를 보며 '쯧쯧쯧' 하시기도 하는데요. 뭘…."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날 지선씨와의 만남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사를 위한 인터뷰라기보다, 카페에서 친구와 편하게 나누는 대화 같았습니다. 그녀는 TV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좋아하고 한식 요리를 즐겨 만듭니다. 이상형은 재미있고 잘 웃는 사람입니다. 본인에게는 은근 게으른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지선씨는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와는 다를 것 같은 '남'을 향한 무의식 속의 편견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제 안의 그러한 생각은 지선씨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벽'이 됐습니다. 선입견이나 편견은 본질을 가리는 장애물입니다.

제가 지선씨를 만나기 전 가졌던 생각들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상대방이 소유한 실제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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