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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24시]"니들이 '노년의 멋'을 알아?"

[LA중앙일보] 발행 2002/10/3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02/10/29 20:01

노세희 특집1부 차장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굳이 만남의 인연을 맺지 않았으면 좋았을 경우도 있지만 닮고 싶고 본받고 싶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사람 못지 않게 활기찬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대선배들 모습을 보노라면 경외감 마저 일기도 한다.

지난 26일자 본지 홈 & 리빙에 소개됐던 ‘독서왕’ 임종철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올해 68세인 임씨가 지난 50여년 동안 읽은 책은 자그만치 1만권.

임씨의 독서영역은 종교, 철학, 정치, 경제, 역사, 의학, 경영학, 법학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평생동안 골프채 한번 잡아 보지 않았다는 임씨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맑은 정신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독서.

“마치 책이 날 읽어 달라 부르는 것 같다”는 임씨의 모습에선 독서 삼매경의 차원을 넘어 무아의 경지가 느껴진다.

역시 8월9일자 홈 & 리빙 섹션에서 대중교통망 이용의 달인으로 소개됐던 80세의 김인배씨.

한국에서 잘 나가던 대입학원 운영을 접고 20년 전 미국에 온 김씨는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가며 LA시내는 물론 롱비치, 샌디에이고, 벤추라 등 남가주 일대를 자유롭게 누비고 다닌다.

LA인근 지리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목적지만 대면 버스 노선과 버스 번호를 줄줄 대는 김씨의 별명은 그래서 ‘걸어 다니는 버스 노선 안내판’이 됐다.

오늘도 김씨는 마지막 소망인 대륙횡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상연습에 한창이다.

한인사회에 잘 알려진 홍명기(67세)씨 역시 멋진 노년을 살아가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직책은 특수 도료 생산업체인 듀라코트사 최고경영자(CEO), LA평통 회장, 리버사이드 도산기념사업회 회장, 밝은 미래재단 이사장, 국민회관 복원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랄 정도다.

연간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1세 사업가 홍씨의 노년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까닭은 명함 한 장을 가득 채운 단체장 직함이 아니라 쓸 곳을 골라 아낌 없이 사재를 털어 넣는 참된 나눔의 정신 때문이다.

재정난에 처했던 남가주 한국학원을 정상화시킨 데 이어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건립에도 큰 기여를 했다.

얼마 전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국민회관 복원을 위해 10만달러를 쾌척했고 1천만달러 규모의 비영리 재단인 밝은 미래재단을 설립, 차세대 지도자 육성과 다인종 사회 화합에 헌신할 계획이라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미국 전체의 13%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사회로부터의 소외감과 인생에 대한 공허감을 느끼며 하루를 살아간다.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전환돼 웃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돼 버렸고 퇴직후의 삶은 생산성이 없는 무가치한 인생으로 전락했다.

육체적으로 큰 병이 없고 경제적 곤란이 없는데도 ‘무용지물’이 됐다는 사회적·심리적 압박감이 노인들을 더욱 기죽게 만든다.

갤럽 통계에 따르면 노인층 세대 가운데 책을 읽는 사람은 9%에 불과하고, 집안에 틀어 박혀 TV 시청으로 시간을 죽이는 비율이 25%에 이른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현저히 떨어져 외로운 노인들이 양산된다.

20년후, 30년후, 혹은 40년후 닥쳐 올 우리들의 자화상인 셈이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기에도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노년의 삶이 여전히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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