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스토리 In]한인타운에는 '회관'이 없다

정구현/논설위원

LA일본타운에는 일본인 회관이 있다. 정식 명칭은 일미문화커뮤니티센터(JACCC)라고 불린다. 16일 오전 다운타운 그곳에 찾아갔다. 최근 '소유권 위조 사태'까지 벌어진 한인회관 부실 운영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해서다.

극장 관장격인 아트 디렉터 히로카즈 코사카(65)씨가 현관까지 마중을 나왔다. 그는 이 센터가 세워진 1980년부터 근무해온 센터의 산증인이다. 3가와 샌피드로 인근에 있는 JACCC는 5층 높이 본관과 880석 규모의 극장 등 2개 건물, 플라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센터는 수 천명이 넘는 일본인들의 땀으로 세워졌다. 돌 조각상을 기증한 세계적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부터 마당 한뜰에 심어진 120년된 복숭아 나무를 기증한 할머니까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참여했다. 기부금은 2500만달러가 모였다.

센터의 진정한 힘은 빌딩 안내판에 적힌 입주자들이다. 우리의 한인 축제격인 '니세이(2세) 축제' 재단, 남가주일본상공회의소, 연장자센터 등 커뮤니티 대표단체들이 한 지붕 아래 입주해있다.



각 단체들은 서로의 행사를 위해 힘을 보탠다. 니세이 축제가 대표적이라고 코사카씨는 설명했다.

"올해 78회 행사를 치렀습니다. 40년대까지만 해도 2주간 열려 50만명이 찾을 정도로 큰 행사였죠. 상공회의소, 일본인연합회까지 모두가 소매를 걷어야 했습니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매년 함께 상의하고 있죠."

상공회의소 연례기금모금행사에도 센터와 축제재단은 각 단체의 기부자들을 동원해 지원한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도 센터는 고마운 존재다. 유학생 안내센터격인 ARC, 일본어학교, 문화강좌센터 등 커뮤니티 대표단체 사무실은 물론 영사관 출장소까지 이 빌딩에 입주해있다. 노인들의 버스표 구입·정부 보조금부터 아이들 일본어 교육, 소상인들의 지역경제 활성화 고민, 민원인들의 비자 업무까지 이 센터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각종 문화 행사도 풍성하다. 극장에서는 연간 150차례의 콘서트와 연극, 공연이 열린다. 본관내 4개 커뮤니티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행사장 대여는 유료라고 해서 무료로 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현답이 돌아왔다.

"청소비 정도만 받는데, 주최 측도 기꺼이 냅니다. 주민 모두의 공공장소인 센터를 이용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는 일체 행위가 기부라는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인 기부금으로는 소외된 계층도 돌본다. 본관 뒤뜰에 아담하게 꾸민 일본식 정원에서는 연간 30여차례 결혼식이 열리는데 가난한 부부들을 위한 무료 결혼식도 열어준다.

2시간여 센터 투어를 마친 뒤 당신들의 센터가 부럽다고 했더니, 오히려 한인 커뮤니티를 부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인 커뮤니티는 이민자도 계속 유입되고 있고, 재벌 한인들도 많다 들었습니다. 우리보다 기부금 걱정은 덜하겠죠. 또, 히트 상품인 한류와 한식도 있지 않습니까. 주류 언론 관심도 최고로 높고. 이제 한인 커뮤니티는 강합니다."

그들의 칭찬에 답하기 어려웠다. 그들 눈에 비친 외형과 우리 내부는 많이 달라서다.

한인회관을 관리하는 동포재단이 가난한 부부의 무료 결혼식까지는 아니라해도 정상적인 운영만이라도 됐던가. 9명의 이사들은 1년에 고작 300달러를 낸다고 한다.

한인 축제는 어떤가. 올해 40주년을 맞았는데, 조용했던 적은 몇년 되지 않는다. 또, 상공회의소와 한인회의 관계는 일본인들처럼 발전적인가. 말썽많은 노인센터는 노인들의 버스표라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가.

우리의 치부를 말하기 어려워 궁색한 한마디로 대신했다. 한인타운에도 당신들처럼 커뮤니티 센터가 필요하다고.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한인타운에는 '회관'이 없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