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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위기의 추억, 그때 그 사람들

염승은/경제부 기자

2009년 6월26일. 금융감독 당국이 미래은행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아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오후 4시쯤 전화벨이 울렸다. LA한인타운의 은행 본점 건물 주차장에 검은 양복을 입은 이들이 큰 서류 가방을 끌고 로비로 들어가고 있다는 한 취재원의 제보였다. 곧바로 차를 몰아 본점 건물로 향했다.

5시가 가까워 오자 한인 언론사 취재진이 로비에 집결하다시피 했다. 지점 문을 닫는 6시가 됐지만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한 지점에서 고객이 급하게 현금을 찾고 있어 그가 밖으로 나가야 은행 폐쇄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단다. 10여 분이 더 흐른 뒤 뒤쪽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기 시작했다.

한인사회가 금융위기 당시 겪었던 가장 큰 사건의 현장 모습이다. 미래가 폐쇄된 때는 요즘 미국의 메이저 언론들이 금융위기 5주년을 맞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큰 문제가 어느 정도 지나간 뒤였다. 그리고 미래의 폐쇄는 금융위기가 한인사회와 상관없는 얘기가 아니라는 걸 모두가 느끼게 됐던 충격요법과도 같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한인 은행권은 많은 부분에서 정상화됐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는 금융위기라는 폭풍의 중심에서 여론과 정부 당국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금융기업 수장들이 5년이 지난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를 소개했다.

이 기사의 중심 인물인 안젤로 모질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 '컨트리와이드'의 대표였다. 그가 세운 컨트리와이드와 인디맥 모두 금융위기 발발에 큰 역할을 해 금융위기의 대표적인 원흉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모질로는 2010년 주주 및 연방 증권 당국의 소송을 67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 채 마무리했다.

그랬던 모질로는 지난 5년간 자선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병원에 200만달러를 쾌척하는 등 자신의 이름으로 된 비영리단체를 통해 의미있는 다양한 사업에 거금을 기부하고 있단다. 모질로 외에도 지금은 체이스은행이 된 워싱턴뮤추얼이 문을 닫을 당시 CEO였던 케리 킬린저, 뱅크오브아메리카 CEO였던 켄 루이스 등도 하나같이 자선 기부활동에 열심이다.

이들이 조용히 자선활동에 매진하는 건 어째서일까. 그들의 속마음을 알 길은 없지만, 설령 여론의 동정을 받고 싶어하는 일이라 해도 겉보기에 좋아는 보인다. 잘 될 때는 영웅, 못 될 때는 역적이 되는 기업 세계의 현실에서 법정에서는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해 지탄을 받았던 그들이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미안함이라도 남았는지,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는 시늉이라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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