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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잉글버트 험퍼딩크와 추억의 팝송 - 영 그레이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9/20 06:16

왜 ‘험티험티 누군지’의공연을 가야하느냐면서 남편은 내키지 않는다고 극장에 도착할때까지 계속 불평했다. 보통 흘러간 노장 가수들이 와서 공연을 하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인 우리 부부는 문화와 세대가 달라 감흥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요란한 밴드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졸고 온 적이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몽고메리를 찾아왔던 호주출신 그룹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는 내가 젊은 시절 한참 좋아했던 그룹이어서 좋은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싱싱한 청춘은 아니지만 무대가 좁다고 누비며 젊은끼를 발산한 두 가수의 열정에 나도 젊어졌었다. 러셀 히치콕의 감미로운 음성에 가슴을 팔짝거리며 공연내내 열심히 그들의 노래를 들었던 1980년대의 추억을 회상했다. 세월따라 변한 굵게 패인 주름과 흰머리에도 불구하고 러셀 히치콕의 양 손과 팔 곳곳에 새겨진 문신은 요즈음 활동하는 가수와 같았다. 남편과 나의 고정 좌석은 앞에서 5번째줄의 중앙에 있다. 덕분에 공연마다 무대위의 배우나 가수를 자세히 보게되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즐긴다.

오래 전에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딸들이 물었을 적에 댄 포겔버그(Dan Fogelberg) 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내가 12월이면 찾는 가수였다. 그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딸들이 CD를 선물했다. 가게에 가서 댄 포겔버그의 이름을 잊은 어린 딸들이 사갖고 온 것은 잉글버트 험퍼딩크 (Engelbert Humperdinck)의 시디였다. 신경을 쓰고 선물을 준비한 딸들의 정성에 고마웠지만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노래는 별로 친하기 않았던터라 한바탕 웃고 지나갔다. 작년에 작은딸이 어릴적 기억이 났다면서 댄 포겔버그 사후에 특별이 제작된 기념 시디를 구입해 주어서 연말을 즐겁게 보냈다.

이번 주 그 잉글버트 험퍼딩크가 몽고메리를 찾아왔다. 검은 무대의상에 붉은 넥타이가 썩 잘 어울린 점잖은 노신사로 무대에 오른 77세의 노장 가수는 시작부터 나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매혹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영화 ‘Love Story’의 테마곡을 어찌나 달콤하게 부르는지 화들짝 놀랐다. 계속 풍부한 감정으로 잘 알려진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들을 줄줄이 불렀다. 부드러운 연가의 정감들이 잔잔하게 가슴에 안겼다. 간혹 그가 젊은 시절에 녹음한 영상이 뒷배경으로 나와서 그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려졌다.

숨을 죽이고 무대에 집중하는 나에게 남편은 추억의 연가를 흥얼거리다 “저것 누가 먼저 불렀지?” 질문을 계속했다. 험프딩크를 둘러싼 늘씬한 두 흑백 여성 백업댄서들과 밴드의 젊은 연주자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지나간 세월을 잊게해 주었다. 1956년부터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기염을 토한 장인답게 비록 몸은 자유롭게 움직여지지 않지만 마이크를 잡은 그의 손은 능숙했다. “마른 입을 축인다”며 간간이 붉은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나 “잠깐 좀 앉아야겠다”며 의자를 찾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옛 사랑의 노래는 달콤한 포도주를 홀짝이며 쉬엄쉬엄 쉬어 즐기는 것이 제격이었다. 이제는 나의 가슴에 식은 재로 남은 사랑의 불씨를 그의 노래가 불쏘시개가 되어 뒤적이며 불을 지폈다. 중간휴식도 없이 1시간40분의 근사한 공연을 보여준 그의 정력은 대단했다.

옆자리의 노부부는 40년 전에 산 그의 LP음반을 가져왔다. 퇴색한 음반 쟈켓의 사진은 젊은 가수의 얼굴, 추억의 사진이었다. 공연전에 무대뒤로 가서 사인을 받았다면서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한 노래가 마칠적마다 휙하고 휘파람을 불며 맹렬히 박수를 쳤다. 가수따라 노래를 부르며 향수에 젖은 주위 관객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었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라 보았는데 아니었다. 그것은 감성을 가진 인간의 특권이었다.

앵콜송까지 불러주고 그가 무대뒤로 떠난 후에도 밴드는 계속 연주하며 느릿하게 극장을 떠나는 손님들을 배웅해 주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요란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인사하고 남편은 빠르게 극장 입구로 가서 DVD를 샀다. 남편이 ‘험티 험티 누군지’의 공연을 즐겼다는 증명이었다. 다음달에 다른 장수하는 그룹 ‘The Beach Boys’ 가 몽고메리로 온다. 올 가을은 아무래도 추억에 젖는 멜랑콜리한 계절이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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