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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자비를 구하는 종교, 피를 부르는 종교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주말 연이어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21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인질극을 벌여 최소 69명이 사망했다.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얄샤바브 소속의 테러범들은 백인들을 목표로 삼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괴한들은 인질 중 이슬람교도는 석방했고 또 무슬림을 가려내기 위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어머니 이름을 물어 대답을 못하면 총살했다.

22일 파키스칸 북서부 페샤와르의 교회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로 80여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부상당했다. 파키스칸 인구의 1.6%로 추정되는 기독교인에 대한 테러로는 가장 큰 규모다. 테러 수시간 후 탈레반의 분파인 무장단체 '잔둘라'는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보복하기 위해 자살테러를 시행했다며 무인기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기독교인을 겨냥한 테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냐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테러공격은 표면적으로 국가간 분쟁에서 비롯됐으나 이면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종교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종교는 정치에 상관없이 존재해야 하지만 최근까지도 종교와 정치와 완벽한 분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세계는 특정 종교의 영향력에 따라 권역이 구분돼 있다. 이중 기독교는 서방 정신세계의 근간이었고 이슬람은 아랍지역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계율이었다.

국가간 실리추구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은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종교적 신념이 상충할 때는 합의점이 찾기 어렵다. 특히 아랍은 이슬람교가 정치를 포함해 생활의 모든 것을 규제하고 있어 정치적 행위도 이슬람의 기준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이슬람은 19세기초에 기독교권인 유럽의 지배에 들어가면서 전투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여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을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은 깊어졌고 이스라엘 문제로 아랍국가의 서방에 대한 적대심은 고조돼 왔다.

이런 적대의식은 기독교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기독교에 맞서 이슬람으로 하나되는 종교적 결속으로 발전한다. 이는 '모든 무슬림은 형제다'라는 무함마드의 유언과도 일치한다. 서방과 아랍의 갈등이 국가간 대립이 아니라 피를 부르는 종교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교도에 맞서 종교적 신념으로 성전(聖戰)에 나선 테러범들에게 폭력과 살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해 받는 무슬림을 위해 투쟁한다는 거룩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종교적 명분도 이교도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할 수는 없다. 무신론자였던 프로이트는 종교를 지적 노력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경험적 차원에도 속하지 않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종교적 환상이 강력하게 표출되는 상태를 정신질환에 비교했다. 비이성적인 환상에서 시작된 종교에 강하게 집작하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무신론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육과 폭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병적 현상이다.

스위스 신학자 한스 퀑은 "종교간의 대화없이 종교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간의 평화없이 세계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세상 모든 종교는 선을 가르치고 평화를 갈구한다. 악을 가르치거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종교는 없다.

종교를 존재하게 하는 속성은 절대성이다. '이것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절대성 없이는 종교가 성립되지 못한다. 그러나 절대성은 관용없는 배타성과는 구별되고 또 종교의 절대성이 다른 종교에 대한 폭거까지 용서하지는 않는다. 종교는 자비를 구하는 것이지 피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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