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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마켓을 고객이 다시 찾는 이유

오수연/경제부 기자

최근 위생문제로 영업정지를 당했던 A마켓은 8일간 문을 닫았다. 그것도 1년 반 만에 두 번째다.

지금까지 한인마켓들은 문제가 지적돼도 경고 정도에서 마무리되거나 길어야 1~2일 정도 영업정지에서 끝났었다. 전례 없이 일주일이 넘게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것도 추석 대목 때다. A마켓은 이번 문제로 100만 달러 이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A카운티 보건국의 위생검사는 강도 높게 진행됐다. 8일간 3번의 재검사 끝에야 개장을 허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소비자들 역시 의아해 할 정도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미운털이 박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위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잘못된 응대를 해왔기 때문이다.



A수퍼의 위생단속은 소비자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냉동만두를 상온에 방치해 둔 상태에서 시식판촉행사를 벌였고 이 고객은 보건국에 제보하기 전에 마켓측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시 마켓이 잘못한 점을 바로 시정했다면 어땠을까. 이 소비자는 보건국에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소비자들은 본사로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 마켓들의 문제점을 제보한다. 때론 화를 참지 못하며 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올 때도 있다. 대부분이 구매한 상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를 꺼낸다. 하지만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면 화가 난 이유는 잘못된 물건 때문만은 아니다. 마켓 직원이나 매니저의 대응 태도 때문이다.

한 제보를 예로 들면 올 초 한 남성 소비자가 퇴근길에 한 마켓에 들러 페르시안 오이를 구매했다. 집에 와보니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다음 날 오이를 갖고 나와 퇴근길에 다시 이 마켓에 들러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마켓 관계자는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는 '왜 사갈 때 확인하지 않았나', '바로 가지고 오지 않았느냐', '차에서 핀 곰팡이 아니냐'며 되레 나무랐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다른 제품에도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안 핀 것으로 골라가라"고 했단다.

결국 이 소비자는 환불도 받지 못하고 화가 난 채 매장을 떠났다. 마켓은 6달러 때문에 단골고객을 잃었고 신뢰도 잃었다. 만약 이 마켓 관계자가 정중히 사과하고 환불해줬다면 그리고 문제점을 바로 시정했다면 이 고객은 여전히 단골로 남았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A마켓은 새 단장을 마쳤다. 재개장한 다음날 찾아간 A마켓은 그 어떤 마켓보다 깨끗했다. 무엇보다 각오가 남달랐고 예상과는 달리 고객들도 북적였다.

고객들이 여전히 이 마켓을 찾는 이유는 아시아나 항공의 착륙사고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항공사를 이용하고 있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있었으니 얼마나 조심하겠나. 아마도 다른 어떤 항공보다도 안전할 것"이라는 고객의 말처럼 말이다.

한번은 실수였고 두번은 태만이었다. 고치면 된다. 하지만 세 번은 없다. 다시 마켓을 찾아준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각오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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