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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메리칸드림을 흔드는 정치

김완신/논설실장

"아메리칸드림이 집을 소유하고 대학공부를 마치고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이라면 나는 이미 꿈을 이뤘습니다. 다만 부모세대에 비해 그 꿈을 이루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자식세대로 가면 그 꿈을 성취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28일 '아메리칸드림'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용한 일리노이 주민의 말이다. 조사의 결론은 이전 세대에 비해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설문대상자 3분의 2가 기본적인 의식주를 걱정하고 있으며 이는 40년 전 50%보다 늘어난 수치다. 10명 중 6명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를 느낀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0대 후반 보다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또 응답자의 39%만이 자식세대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메리칸드림'이란 용어는 역사학자 제임스 트루슬로 애덤스의 저서 '미국의 서사시(The Epic of America)'에 나온다. 사회적 신분이나 출생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누구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메리칸드림의 정신이다. 뿌리는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독립선언서에 두고 있다. 특히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을 찾는 이민자에게는 물질적 풍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직 능력만으로 자신이 목표하는 사회적 위치에 오를 수 있는 통로였다.



미국의 근저를 받쳐 온 아메리칸드림의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극작가 아서 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1940년대 후반 아메리칸드림의 비극을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찾았다. 주인공의 죽음에 이르는 파멸은 자본주의에 대한 항거였다. 작품이 발표된 시대는 경제시스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적었지만 지금은 정치와 경제의 관계가 밀접해졌다. 경제현상은 정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개인의 경제활동도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상당수 설문대상자가 아메리칸드림이 어려워지는 이유로 정치를 지적했다. 아메리칸드림의 기본은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좋은' 직업이다. 정치가 이런 직업을 창출하지 못하고 무너져가는 중산층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이 없으면 아메리칸드림은 멀어져 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전면시행에 공화당이 반대하면서 17년 만에 연방정부의 기능이 부분적으로 일시정지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우세하고 하원은 공화당 의원이 더 많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민주·공화는 편을 갈라 예산안 통과 줄다리기를 했다. 양당은 당파적 이익에 우선해, 협상과 양보의 미덕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셧다운으로 인한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넘어갔다. 연방정부 폐쇄 결정이 나기 직전 실시된 CNN 여론조사에서 셧다운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다는 대답이 46%로 우세했지만 오바마의 잘못이라고 지적한 의견도 36%로 만만치 않다. 양쪽 모두가 잘못했다는 대답도 13%에 이른다.

경제학자들은 연방폐쇄가 수일간만 지속돼도 경제성장률을 0.1% 하락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사태가 2주일을 넘게 되면 올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보다 0.3% 떨어진 2.2%까지 낮아진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꿈은 항상 멀리 있지만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으로 품는다. 노동과 교육의 가치가 남아있는 한, 아메리칸드림을 향한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가 그런 믿음을 포기하게 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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