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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글날에 생각하는 성경 속 비속어

장열/특집부 종교담당 기자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한국에선 한글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한글에 대한 의미와 사랑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바른 용어 사용의 필요성도 함께 생각해보는 날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기독교계 관점에서 말입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11장5절에 적힌 예수의 답변을 현대식 표현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앞을 보고 신체 장애인이 걷게 되며 한센인이 완전히 치유될 거예요. 또 청각장애인이 듣게 되고 소천하신 분이 살아나며 저소득층에게 복음이 전파될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성경구절이라기에는 꽤 어색한 느낌이 드실 겁니다. 말투가 아니라 소경, 문둥병 같은 용어의 순화된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한센병자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 한빛복지협회는 몇 해 전부터 교회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는 부정적이고 차별적인 호칭들에 대해 용어 사용을 주의해줄 것을 교계에 공식적으로 당부하고 있습니다.

〔〈【한빛복지협회의 부탁은 간단합니다. 】〉〕설교나 성경에서 언급된 '문둥병' 또는 '나병'을 '한센병'으로 바르게 수정해 달라는 당부입니다. 〔〈【올바른 용어 사용을 위한 캠페인을 수년 째 벌이고 있지만 종교계의 바른 단어 사용 인식은 쉽게 변하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성경 속 장애인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단어들을 찾아 봤습니다. 】〉〕한인 교계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 개역한글 등 각종 버전의 성경을 조사해 보니 시각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소경'부터 '병신', '앉은뱅이', '불구자', '곰배팔이' 등 장애인을 지칭하는 비속어가 너무나 많습니다.

물론 성경도 시대가 바뀌는 가운데 다양한 버전이 발행되면서 이러한 단어에 대한 용어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에게는 여전히 듣기 거북한 단어가 많을 겁니다.

이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습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과 문화를 완전히 배제한 채 갑자기 성경 속 단어들을 '한센인' 또는 '신체 장애인'인과 같은 현대 시대에 쓰이는 단어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다행스럽게도 한국 교계에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경용어에 대한 주의와 변화의 노력은 상당 부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속어 관련 용어 선택에 대해 각 교단에서는 주의도 주고 비속어 관련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미주 한인 교계는 어떤가요. 아직 성경 단어를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어도 목회자들이 설교를 할 때 장애인 관련 용어 사용에 있어 한번만 생각하면 충분히 주의하고 조심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있습니다. 그동안 그런 단어들을 듣는 장애인 입장에서는 혼자서 많이 속상해 했거나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설교나 성경 공부 시간에 일부러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나병'이나 '앉은뱅이' 등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는 단지 장애인 관련 용어에 대한 인식전환이 부족해서 일 겁니다.

장애인 관련 용어사용은 모두가 시간을 두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바른말'도 한글 못지 않게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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