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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의사의 스승은 아픈 그들

[LA중앙일보] 발행 2013/10/0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3/10/08 18:32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오늘 외래 진료실로 환자 J가 왔다. 이제 열여덟 살이 되어서인지 예전보다 더욱 부르짖는 외침이 크다. 대기실에 J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는 멀리에서도 그녀가 온 것을 알 수 있다.

짐승이 우는 것처럼 높게 질러대는 그녀의 고함은 울음 때문이 아니다. 나는 J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눈물 없는 J의 절규는 무섭도록 처절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내 옆방에서 일하는 상담가인 록산은 그녀에게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신 마비의 소아마비에다 심한 자폐증 환자라니 얼마나 마음이 속상할까?"

J의 아버지는 현역 내과 의사이다. 새로운 곳이나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는 J를 내 사무실에 데리고 오려면 아버지는 몇 차례나 손등을 물려야 한다. 병원일도 쉴 수 밖에 없다.

열여덟 살이 되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가냘프다. 그러나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아버지의 손을 물려고 몸부림 칠 때에는 무섭게 강한 힘이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 이제 엄마는 J를 나에게 데려올 수가 없다.

그녀를 진료하기 시작한 8살 때에도 내가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그녀가 차 안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진료해야 했다.

몸의 마비현상으로 행동의 자유를 잃은 것만도 답답할 이 어린 소녀는 자폐증이라는 심한 두뇌의 질병까지 앓았다. 언어의 기능 타인과의 감정 교류 의사 표현의 방법이 전혀 발달되지 않았으니 나와의 만남도 그녀에게는 큰 짐이었을지 모른다.

한동안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승마장에 데려다 주면 말타는 것을 그녀는 즐겼다고 한다. 양쪽 팔에 어느 정도 힘이 있지만 하지는 마비 상태인데 어떻게 말 위에 앉아서 떨어지지 않았는지 신기했다. 그래서 소아과 의사인 J의 어머니는 장애라도 자신감을 주고 운동신경을 키우기 위해 승마를 시켰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J를 데리고 말태우러 가는 것을 그만두시게 되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그녀를 자동차로부터 말에게 데리고 가고 다시 말에서 내려서 할아버지의 자동차에 옮겨 태우려면 소녀의 저항이 너무 심했기에.

J의 아버지는 딸에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애쓴다. 주차장에서의 한정된 차 안의 공간 피상적인 나와의 만남을 어떻게 해서라도 바꾸어 나의 사무실에까지 데리고 와서 둘의 인간 관계가 굳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리라. 몇 차례나 휠체어를 끄는 그의 양손을 딸에게 물려가면서….

아버지는 언제인가 나에게 새로운 의료기구를 소개했었다. 몸을 지탱해주는 금속 갑옷 같은 보조 장치를 쓰면서 걷기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환자 부모님들이 전해주는 여러가지 새로운 의료 기구나 치료 방법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새로운 약품이나 의료 방법들이 여러번의 연구 실험을 통해 보편적 치료법이 되기 이전에도 이들은 정보에 빠르다.

그러나 아직도 소녀는 말을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 그러는 사이 소녀는 법적 성인인 18세가 되었다. 그동안 J와 그의 부모 조부모님들은 나를 참을성 있고 겸손한 의사로 가르쳐 주었다.

비록 큰 변화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사랑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간의 도리도 배웠다. 나의 환자들은 그리고 그 부모님들은 모두 나의 선생님들이라는 초심을 다시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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