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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연재를 시작하며

 이제 새로운 한해가 밝았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멋진 신년계획을 세웠을텐데 본인도 한가지 계획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중앙일보 지상을 통해 올 일년동안 고전음악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전음악이라고 하면 무언가 고상하고 우리와는 거리가 있는 그러한 장르로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보다 깊숙히 이 장르의 철학을 알아가다보면 막연히 두리뭉실하게 가졌던 선입견중 많은 부분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고전음악의 실체와 그 다양한 쓰임새를 파악해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핵심이라 하겠다.

 사실 이국땅에서 촌각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하는 많은 분들에게 고전음악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은 노동이 전부가 아니다. 노동으로 경제적 여유를 축적하고 난 후에는 무언가 그것을 보상해줄 유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다음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재창조(Recreation)의 행위라면 더욱 바람직 할 것이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음주가무를 통한 유희에 능한 민족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 고전음악이 추가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개인적으로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도대체 남진이나 나훈아의 뽕짝밖에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는 저급한 평민이고 고전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고급 귀족인가?”



 필자의 대답은 한마디로 이렇다. 고급과 저급, 나아가 호불호를 나누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판단의 문제가 된다. 특히 공동체의 전체적인 의견보다도 개개인의 가치판단을 중요시 여기는 서양문화에 있어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판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몫이 된다. 그것은 결코 강요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줄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충분히 향유할 능력을 지녔음에도 단지 여러가지 여건상으로 무지하게 되었다면 사회 시스템상의 열악한 환경이 문제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뽕짝보다 고전음악을 선호하는데 그것은 이 장르를 들음으로해서 괜실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고상해져서라기보다는 이 장르가 어느 하나에 치우치치 않고 가운데를 걸어가는 중용(中庸)의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중용의 맛’이란 무슨 맛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서양음악사의 앞부분에 나오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언급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신 아폴론과 술의 신 디오니소스 (로마신화에서는 각각 아폴로와 바카스로 불린다). 이 둘에 관련된 신화 이야기는 상당히 길지만 한마디로 아폴론은 법칙의 유희를 대표하고 디오니소스는 감각적 유희를 대표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전자는 보다 지(知)적인 유희이고 후자는 보다 정(情)적인 유희라 할 수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중세시대의 그레고리오 성가는 아폴론적인 음악의 대표다. 물론 이전 시대에 말로만 하던 기도문에 라틴어 억양이 들어간 음표를 붙였기에 딱딱하고 경직된 기도가 많이 유화된 것이 사실이나 여전히 많은 제약이 따르고 교회의 가르침이 지배를하는 장르이다.

 이에 반하여 르네상스에 일어난 다성 음악은 디오니소스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인간 본성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보다 현란한 음표로 수식을 하고 저자거리의 음악도 당당히 한 파트를 차지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기에 이같은 인본적인 르네상스는 다시금 체계적인 형식미를 중요시하는 아폴론적 고전주의의 쿠데타에 전복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고전주의는 화성을 통해 감정을 펼쳐놓은 디오니소스적 낭만주의로 옮아가게 되었다.

 이상에서 보듯 고전음악의 역사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끊임 없는 변증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고전음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나타형식도 마찬가지로 두가지 서로 대립되는 주제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가며 화합, 발전해가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투영한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너무 관념적이지도 않고 혹은 너무 감각적이지도 않으며 그 중간의 어느 지역에서 정주하며 둘 간의 조화를 시도하는 예술장르, 그것이 바로 고전음악이고 그러기에 내가 그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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