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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런 된장…된장이 뭔지 알아야 먹지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로맨틱한 버섯', '순수한 배', '엄청난 미역', '고요한 유자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만든 농수산물 선전물과 홍보 동영상에 등장하는 영어표현의 우리말 번역이다. 물론 상황과 개인에 따라 버섯이 로맨틱할 수 있고 배가 순수할 수도, 미역을 엄청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한식과 우리 식재료에 낯선 외국인들에게 적합한 표현이 아닌 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듣는 사람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홍보문구와 동영상은 금세 문제가 됐다. 우리 식자재 해외 보급을 위해 aT가 기획한 식품 박람회에 맞춰 뉴욕 맨해튼 관광 버스에 광고가 실리고 해외 곳곳에 해외 동영상이 공개됐는데 이를 접한 외국인들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지적과 K-푸드의 설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홍보물을 제작 보급한 aT는 외주 프로덕션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그러나 누가 만들었건 애초에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주최 측이 이번 일에 대한 잘못을 피할 순 없다.

박람회는 LA에서도 열렸다. 한국 식품수출업체 29개가 참가했고 코스트코와 샘스클럽, 월마트 등 미국업체는 물론 캐나다, 중남미 등에서 식품 바이어 80여 명이 초청돼 1대1 수출상담회도 진행됐다. 박람회에 앞서 열린 미디어콘퍼런스에서는 주류는 물론 일본, 중국, 베트남 미디어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부지역 굴지의 식품유통업체와 aT간의 업무협약 체결 식도 있었다. '한식세계화를 넘어서 K-푸드의 수출을 늘려 실질적인 이익을 챙겨보자는 취지다. 한식에 대한 관심을 소비로 연결하려는 시도라 반갑다. 취지와 시도가 좋았으니 몇 가지 아쉬웠던 부분들도 그냥 덮어 버려야 할까?

LA 박람회는 뉴욕에서 엉뚱한 영어표현으로 문제가 된 뒤 열린 행사다. 그러니 주최 측이 이번 행사에 더 신경을 썼을 법한데 여전히 문제점은 있었다. 박람회장 중앙에는 'Pure Pear(순수한 배)'라는 한국 배 홍보 포스터가 버젓이 붙어 있었고 영어 안내서에는 아주 기본적인 철자가 틀리게 적혀 있어 망신스러웠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식 시식이다.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가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식 뷔페가 차려졌는데 어디에도 음식 설명이 없었다. 한국사람들이야 보면 대강 어떤 음식인 줄 알고 챙겨 먹겠지만 우리 음식에 낯선 외국인들에게는 눈가리개를 하고 음식맛을 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식자재를 팔러 왔으면 적어도 음식들이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프렌치 셰프 버나드 길라스씨는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에 대한 교육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국인들은 한식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이 첫 단계라는 말이다. 맛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이탈리아 음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라비올리, 펜네, 링귀니 등의 생소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 밑에 다 읽어보기 지겨울 정도의 설명을 달아 신뢰를 쌓았다는 것이다. 된장을 soy bean paste로 고추장을 red pepper paste로 적을 게 아니라 된장, 고추장이 어떤 음식인지를 알려주는 성의가 한식 세계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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