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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세금 걷어 어디다 쓰는 거야"

김동필/사회부장

매일 출퇴근을 위해 이용하는 주요 도로 중 하나가 알바라도 길이다. LA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주요 간선도로 중 하나다. 하지만 주로 이용하는 2번 하이웨이 끝 지점부터 LA한인타운까지의 노면 상태를 보면 엉망이다. 군데군데 패고 요철도 심하다. 그래서 일단 이 도로로 진입하면 곳곳에 도사린 장애물을 피하려고 애를 쓴다. 잠시 딴 생각을 하거나 차선 바꾸는 시기를 놓치면 영락없이 차가 요동친다. 자동차의 충격이 전해지면 가슴도 덜컥한다. 혹시 어디가 부서진 것은 아닌지. 그럴 때면 한마디가 절로 나온다. "세금 걷어 다 어디에 쓰는 거야."

LA시는 시민들의 각종 생활 민원 처리를 위해 ‘311 전화’를 운영한다. 그런데 이용 가능 시간이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45분까지다. 그 시간이 지나면 칼같이 자동응답기로 넘어간다. 이 시간대를 놓치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물론 인터넷 이용은 가능하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다가 자동응답기로 넘어가면 은근히 열 받는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이래도 되는 건가."

지루한 정치공방을 경험했다. 연방정부 예산안과 부채상한선 연장안을 둘러싼 민주, 공화 양당의 충돌이다. 오바마정부의 '정책 1순위'라는 오바마케어가 뇌관이었다. 결과는 이미 시행이 결정된 사안에 뒷다리를 잡았던 공화당이 치명상을 입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오바마정부의 내상도 심하다. 결국 승자는 없었다는 얘기다. 양측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 국민들만 볼모로 이용된 꼴이다. ‘의원님들 세비도 세금 걷어 드리는 건데.’

월급쟁이 형편이라 많지는 않지만 수입의 일정 부분을 꼬박꼬박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세금으로 바친다. 그것도 원천징수 방식이다 보니 세금부터 먼저 내고 남는 돈을 쓰는 셈이다. 그래도 어쩌랴 납세는 시민의 신성한 의무라는데. 이렇게 열심히 내는데도 빚만 늘었다. 연방정부의 '부채시계(debt clock)’는 지금도 쉬지않고 돌아간다.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17조 달러를 넘어섰다. 시민 1명당 5만3000달러, 납세자 한명당 빚은 14만80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보니 이자 지급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국방비, 소셜시큐리티 등과 함께 연방정부의 6대 지출 항목에 포함될 정도다. 연방준비제도에서 화수분처럼 달러를 찍어낼 수 있어 다행이지 이미 파산을 하고도 남았을 지경이다. 이렇게 전국민이 빚쟁이가 된 것은 정부 책임이다.



요즘 같아선 세금 낼 마음이 더 생기지 않는다. 로컬정부나 연방정부, 정치권 할 것 없이 납세자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다.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으로 불편을 끼치더니 부채상한선 연장 공방으로 경제까지 출렁이게 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을 지펴도 부족한 판에 정부와 정치권을 찬물을 끼얹겠다고 나서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얄밉게 꼭 한마디씩 한다 '국민을 위해서'라고.

미국 국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꼽혔던 것이 실용성과 효율성이다. 극한 대립의 상황에서도 타협점을 찾아내고, 위기에서도 최선의 해법을 찾아내는 자기 조정 능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연방 상원의원이 의사진행 방해를 위해 의회에서 21시간이나 쉬지 않고 잡담 수준도 안되는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더 이상 ‘미국병’이 깊어지기 전에 납세거부 운동이라는 극약처방이라도 써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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