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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브래드버리 빌딩의 진실게임

정구현/논설위원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겠죠.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한인 A경관은 억울하다고 했다. 최근 LAPD 인권위원회(Board of Rights)는 그에 대한 징계건을 심사중이다. 인권위원회는 '경찰 잡는 경찰'인 내사과(IAG)의 최상위 결정기관이다.

비번 때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이 A경관의 징계 심사 이유였다. A경관의 변명은 절박했을지언정 구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제 3자의 눈으로 내 징계가 합당한지 직접 봐달라"고 내게 말했다.

지난 21일 다운타운 브래드버리 빌딩에서 열린 인권위원회 심리에 기자가 참석한 이유다. 인권위원회의 '보도금지령' 때문에 최종결정이 나기전까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이번 사안의 발단과 끝은 '인종차별'로 압축된다.



A경관은 "공권력을 남용한 적 없고, 오히려 인종차별에 의한 내사"라는 주장이다. 반면 내사과는 "증인과 증거에 입각해 A경관은 경찰로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A경관은 내사과가 내세운 증인과 증거를 '허점 투성이'라고 반박하고 있고, 내사과는 A경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심리는 단순한 '진실 게임' 이상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쪽 모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A경관은 대표적인 '폭동 키즈'다. "변호사가 되려다가 LA폭동을 겪으면서 실제 현장에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경찰이 됐다.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정의의 사도였던 아버지가 거짓말쟁이로 추락하는 모습은 절대 보여줄 수 없다.

혐의를 제기한 내사과 수사관도 경찰 경력을 걸고 있다. 동료에게 무고죄를 씌우려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경찰 인생 내내 다른 동료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아쉽게도 기자는 그 치열한 심리 장소에 끝까지 있지 못했다. 인권위원회는 이번 심리에 기자의 참석을 불편해했다. 증인들의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그 이면에는 혹시라도 경찰 조직 내부의 민낯이 드러날까 하는 우려가 깔려있다.

'참석은 할 수 있으되, 기사를 쓸 수는 없다'는 결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심리실을 나와야 했다. "한인 커뮤니티와 이번 심리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심리 장소를 떠났다. 최종결정이 내려지는 11월27일 그 약속을 지키려한다.

건물을 빠져나오는데, 15년간 근무해온 엘리베이터 맨이 이 빌딩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줬다. 알고보니 브래드버리 빌딩은 '허구의 결정체'였다.

1893년 백만장자 루이스 브래드버리가 세운 브래드버리 빌딩은 건축가 조지 와이먼이 설계했다.

와이먼은 도무지 설계를 맡을 자신이 없어 죽은 형의 영혼에게 물어보기로 했단다. 한밤중에 아내와 둘이 앉아 영매도구인 '플랜시트(planchette)'에 쓰여지는 혼령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믿거나 말거나 '성공'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단다. 또, 이 건물은 '2000년의 가상 미래'를 쓴 당시의 소설 'Looking Backward'에 나온 상업 빌딩이 테마였다고 한다.

비록 혼령의 말 한마디에 무려 100여년 뒤 상상의 건물을 지었을지언정 이 빌딩은 120년째 건재하다.

팩트중의 팩트를 심사하는 내사과는 이 건물의 가장 꼭대기 5층에 있다. 경찰이 입주한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엘리베이터 맨의 설명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인권위원회의 결정이 귀신 놀음보다는 더 논리적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판단도 쉽지 않은가. 둘 중 한 명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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