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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산책] ‘피아니스트’를 보고

 이미 칸느영화제에서 최고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가 이번에는 전미영화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고 며칠전 워싱턴 포스트가 알렸다. 그래서인지 평소 할리우드영화 일색인 워싱턴DC 극장가에도 몇몇 상영관에서 이 영화의 간판을 다시금 올리고 있다.

 영화는 1943년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시작한다. 당시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녹턴을 감미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렸던 폴란드출신의 작곡가 쇼팽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잠시 빠지기
가 무섭게 영화는 전쟁의 그늘로 치닫는다.

 이후 영화에서는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부터 유추를 해봄직한 ‘낭만과 서정’보다는 ‘삶과 죽음’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과연 음악은 우리 삶에 있어서 무엇인가?”

 영화속에서 그려지는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의 학살과정에서 이를 수행하는 군인들과 일반국민들을 독려하기 위해 베를린 필하모니의 후르트 뱅글러가 지휘봉을 잡았다면 그것으로 음악은 악마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인가?



 그러나 영화의 또 다른 부분에서 우리는 아주 애틋한 음악의 능력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 스필만은 폐허로 변한 건물의 다락에 숨어지내며 기아와 싸우다 결국 음식을 발견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때에 독일군 장교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이 장교는 스필만의 목숨을 총알 한방으로 앗아가버릴 권한이 있었건만 잠시 여유를 가지고 그의 이전 직업을 묻는다. 그리고 전직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피아노앞에 앉히고 연주를 시킨다.

 쇼팽의 발라드 1번. 이미 추위와 기아에 손가락은 마음과 같이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았으나 적어도 독일군 장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했다. 이제 음악이 수호천사의 도구가 된 것이다.

 영화중에는 스필만이 몸을 숨기는 과정에서 듣게 되는 또 다른 음악이 있다. 바흐의 무반주첼로조곡이 그것이다. 본래 바흐의 의도는 연습곡정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악보의 말미에 ‘S. D. G.’ 즉 라틴어 ‘Soli Deo Gloria (오직 주님만 영광받으소서)’를 표기함으로써 음악을 통해 절대자에게 영광을 돌리고 인간의 영혼을 그의 뜻에 맞게 돌려놓기를 원했다.

 더욱이 이 레퍼토리를 위대하게 만든 스페인의 첼로 거장 파블로 카잘스도 1958년 유엔에서의 연주를 비롯하여 많은 기회를 통해 음악이 평화의 도구가 되기를 갈구했다.

 이상에서 보듯 음악은 우리 삶에 있어서 특별히 어느 하나로 고착되지 않는다. 단지 우리의 의도에 의해서 좋게 쓰일수도 있고 때로는 악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될 수 있는대로 좋은 쪽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는 이미 50여년전에 일어난 유대인들의 수난의 역사를 목격하는 데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겠으나 보다 가까이는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고조되는 전쟁의 위기감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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