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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열풍 시들…타인종엔 안 통했다

수입량 8년만에 첫 감소…9월까지 16% 줄어
지난 2~3년 미국 시장 성장은 한인 수요 덕분

올해 한국산 막걸리의 대미 수출 성장세가 8년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본지가 분석한 한국 농수산식품수출정보(aTkati)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의 대미 막걸리 누적 수출액은 122만7823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출실적 147만2663달러와 비교하면 16.6%가 감소한 것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의 수출 실적이 아직 포함되지 않은 통계이긴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된 수출액과 비교해봐도 수출 감소 추세를 뒤집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 동안의 수출액은 41만3825달러다. 이는 2012년 전체 수출액 188만6488달러의 약 21.9%에 해당한다. 남은 기간 지난해 10월~12월과 같은 수준의 수출실적을 올린다고 해도 올해 수출 총액은 164만1648달러에 그친다. 이 경우, 지난해에 비해 약 13% 수출실적이 줄어든다.

올해 막걸리 수출실적은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기엔 감소 폭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 수출액 증가율이 0.2%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내 막걸리 시장이 정체를 넘어 위축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들 정도다. 한국의 막걸리 수출 물량의 약 90%를 차지했던 일본의 수입액이 지난해 20% 넘게 급감했으며 심지어 한국에서도 막걸리의 인기가 이전같지 않은 상황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한때 붐을 일으키며 '전통주 세계화'의 기수로 부각됐던 막걸리가 막다른 길에 몰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막걸리 수출은 2009년과 2010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7년 1.8%, 2008년 7.9% 증가했던 수출규모는 2009년 134.6%를 기록한데 이어 2010년 279.6%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 들어 7.2%로 증가율이 급감했다. 이어 지난해엔 수출규모가 불과 0.2% 성장, 미국 내 막걸리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표 참조>

수출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한국 농수산물유통공사(aT센터) LA지사 이원기 지사장은 "타인종 고객 확보에 실패한 것"이란 분석을 제시했다. 뒤집어 말하면 이전까지의 막걸리 대미수출 증가는 결국 한인시장의 수요 확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이야기다.

한인타운의 주점 OB베어 박현준 매니저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창 잘 나가던 때에 비해선 막걸리 매출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며 "확실히 붐이 식은 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막걸리는 술이 약한 이들이 찾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박 매니저는 타인종 고객들에게 막걸리를 권해봤지만 '팬'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는 "타인종이 막걸리를 먼저 찾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권하면 마셔보는 정도인데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좋다'고는 하는데 그 다음에 막걸리를 또 시키진 않더라"고 말했다.

생소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타인종에게 팔기 위해선 타인종 마켓 진출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타인종이 막걸리를 찾아야 한다. 타인종에게 막걸리를 알리기 위해선 홍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걸리 수출업체들의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내 막걸리 시장 확대 방안 모색을 위해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는 이 지사장은 "술은 단기간에 많은 광고비가 드는 상품이다. 그런데 다수의 막걸리 제조사는 소주, 맥주 제조업체와 달리 중소규모라 홍보에 많은 돈을 쓰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막걸리의 상대적으로 짧은 유통기한도 타인종 마켓 진출의 장애물이다. 이 지사장은 "막걸리의 라이프 사이클은 제조사와 제조방식에 따라 3개월~1년 정도고 캔에 든 제품도 1년으로 보면 된다"며 "한인마켓처럼 회전이 빠르면 몰라도 수요가 적은 타인종 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팔기엔 위험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는 고향인 한국에서도 수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해왔다. 스테디셀러인 소주, 맥주보다 유행을 타는 면이 강하다. 이 점에서 파전, 김치전 등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아이템 외에 다른 메뉴를 개발, 타인종에게 홍보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캔 막걸리, 탄산 막걸리 등의 신제품을 통해 막걸리의 맛을 진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이 지사장은 "한국과 일본의 막걸리 수요 감소세는 굉장히 가파르다. 한국에서 이미 지난해에 막걸리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보면 그나마 미국에선 수요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미국 내 일본, 중국계 등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영업활동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본다"며 "전국 유통망을 갖춘 업체와 연계해 주류 마켓에 진출하는 것이 막걸리가 미주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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