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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빅데이터와 빅브라더

김완신/논설실장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들의 나이, 인종, 종교, 취미, 투표성향 등을 파악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캠페인을 했다. 소셜미디어와 개별면접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선거캠프는 유권자 맞춤형 전략을 구사했다. 이같은 전략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에 비해 선거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빅데이터(Big Data)의 활용이다.

빅데이터는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 수집·저장·분석·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 집합체를 뜻한다. 빅데이터가 단순한 정보덩어리를 넘어 가치를 갖는 이유는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패턴이나 성향을 도출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고객의 독서성향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고객이 선호하는 작가나 장르의 출판정보를 제공해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다.

최근 대용량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기술이 발전하면서 빅데이터가 첨단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는 "빅데이터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고 경고했다. 빅데이터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빅데이터는 적용분야가 다양하다. 만년 하위의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구단주 빌리 빈은 선수들의 경기 성적을 면밀하게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승률을 높였다. '머니볼' 이론이다. 연봉이 적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명문 구단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둔 요인이었다.



빅데이터는 각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생활이 노출되고 개인 정보가 악용되는 역기능을 만들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사상과 자유가 극도로 통제된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가 등장한다. 독재자 '빅브라더'는 주민들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사회전체에 '빅브라더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집단 최면을 건다. 소설의 의도는 스탈린식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지만 사생활의 노출과 감시는 지금의 첨단 정보통신시대를 예견한 것 같아 흥미롭다.

빅데이터는 개인 차원 뿐만 아니라 국가간 정보수집에도 사용된다. 최근 폭로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했기에 가능했다.

전화, 문자, 이메일,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수집한 가공할 분량의 빅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한 후 이를 첨단 컴퓨터로 분석했다. 미국은 외교적 목적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도청했고 일본과 브라질을 상대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감시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중국, 이라크, 베네수엘라, 러시아, 북한 등도 감시대상국에 포함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도청했다. 국제적인 비난이 폭주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 프로그램의 축소를 지시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IT기술은 양면성을 갖는다.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은 이전 시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정보와 지식의 대중화에 공헌한 반면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노출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도 낳았다. 미국법은 '자신에 관한 정보 유포를 통제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프라이버시로 규정하고 있지만 첨단기술 앞에 개인이 두른 방어벽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국(NSA·National Security Agency)의 별명은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이고 수장은 '최고 엿듣는 사람(Eavesdropper-in-Chief)'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실체가 우리를 엿듣는 섬뜩한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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